[미술이 전해주는 마음 이야기] 낙서를 통한 아트 테라피, 난화 그림

‘난화’는 특별한 목적 없이 끄적거리는 일종의 ‘낙서’라고 할 수 있다. 종이뿐 아니라 방바닥이나 유리, 담벼락 등에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그리는 것으로 주로 내담자가 처음 미술치료실에 왔을 때 실시한다. 난화는 자신의 감정을 아무 생각 없이 표현하는 것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 융(Jung, Carl Gustav)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그리기’를 통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고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고 하며 창의적이고 치료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돌아보고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법, 난화 그리기

무엇이든 그리려고 하는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낙서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내면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이자 끄적거림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거나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은 어떤 것에 대한 관점이나 생각,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능동적이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활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감정을 언어로 이야기할 때 느낄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난화는 언어 능력이 제한된 사람은 물론이고, 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정서적인 문제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무의식 속에 품고 있는 감정이나 흥미, 갈등, 욕구 등 여러 가지 경향이 난화로 표현되면서 치료사가 내담자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난화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즐겁고 창의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난화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을 때 자신감과 정서적 만족감을 느낌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갖게 된다.

난화로 이야기하는 방법

지금부터 자신의 무의식 속에 어떤 생각과 마음이 있었는지 그리고 평소에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난화를 통해 찾아보도록 하자.

준비물: 연필, A4용지 한 장
방법
1.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낙서를 하던 어릴 때를 떠올려본다.
※ ‘그리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한 것으로, 어릴 때 하던 낙서처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2. 머릿속에 자유롭게 낙서를 해본다.
3. 눈을 계속 감은 채 A4 용지에 낙서를 한다. 하기 싫다고 느낄 때까지 해본다.
4. 눈을 뜨고 자신의 그림을 바라본다.
5. 낙서 속 숨은 그림을 찾아본다. 예를 들어 하트, 숫자 8, 지렁이, 높은음자리표 등을 찾은 후 적어본다.
4. 찾은 단어를 순서와 상관없이 연결해 짧은 글짓기를 해본다.

사례

연인 사이인 20대 한국 남학생과 영국 여학생이 있다. 남학생이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영국 여학생이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왔는데 공부가 끝나고 영국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에 함께 그림을 그리고 숨은 그림을 활용해 이야기를 꾸며보았다.

 

(좌)25세 남학생 그림 (우)21세 여학생 그림

 

남학생 그림에서 찾은 숨은 그림 – 태양, 콩나물, 산, 토끼, 음표, 집, 잔디, 사람, 갈대
짧은 글짓기 – 산에서 음표들이 춤을 추고 사람들이 집 밖에 나와 있다. 잔디 위에 갈대가 휘날리고 있다. 콩나물같이 생긴 지렁이가 햇빛을 바라보며 나왔다가 토끼가 무서워서 도망을 간다.

여학생 드림에서 찾은 숨은 그림 – 물음표, 하트, 웃는 얼굴, 번호6과 번호8
짧은 글짓기 – 나는 6~8마리의 고양이들을 키우고 싶다. 밥 먹었어? 남자친구는 웃는 얼굴의 모자를 쓰고 있고 나는 하트 양말을 신고 있다.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짧은 글짓기를 한 후 상담을 해 보았다. 남학생은 영국에 가서 살고 싶지만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또 책임감에 대한 고민도 있는데, 그러한 자신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학생은 영국에서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얼른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남자친구 모자의 웃고 있는 그림에서 남자친구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유롭게 끄적거리는 난화는 특히 그리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 ADHD* 아동을 비롯해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적합하며, 시행하는 데 큰 부담이 없는 미술치료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난화 그리기는 불안정한 심리와 정서 상태를 치료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한다. 내적 갈등이나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이자 무의식 속에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이나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인 것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난화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 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과다활동이나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로 아동기에 많이 나타난다.

 

※ 외부 기고는 본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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