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Travel] 7월, 여름 보양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

초복(7월 12일)이 코앞이다. 복날이 다가올 즈음이면 보양식 생각이 절로 난다. 흔히 ‘몸을 건강하게 보전하여 장수하게 하는 음식’을 보양식이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평상시 칼로리 섭취가 많아진 요즘은 특별히 챙겨 먹는 보양식이 오히려 비만식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초복을 앞둔 시점에서 보양식은 선택을 넘어 간절함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유난히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 누구나 보양식에 대한 추억 한 토막은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어느 음식평론가가 ‘음식은 곧 추억’이라고 말할 만큼 소싯적에 즐겨 먹던 음식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미각을 지배한다. 한여름 가족끼리 두런두런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장면은 생각하면 할수록 즐거운 추억이다.

산동네에 살았다면 토종닭을 푹 삶아 살을 쭉쭉 찢어먹었던 추억, 강변에 살았다면 강가에 가마솥을 걸고서 민물고기를 한가득 넣고 끊인 매운탕을 뚝딱 비우던 추억, 남도의 바닷가에 살았다면 민어나 장어로 끓인 탕을 먹던 추억 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7월에는 소싯적 추억을 그대로 재연할 수 있을 만한 한여름 보양식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신안 민어

여름 제철 생선으로 민어를 첫손가락에 꼽는 이가 많다. 옛사람들은 ‘복더위에 보신탕은 삼품(三品), 도미는 이품(二品), 민어는 일품(一品)’이라고 했다. 또 양반들은 고기 대신 민어로 탕을 끓여 복달임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여름철에 냉해지기 쉬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한다’고 전해진다.

민어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살은 두툼하게 썰어 회로 먹기에 좋고, 머리나 뼈다귀는 푹 끓여 곰탕 국물처럼 우러난 국물을 한 사발 들이키면 속이 든든해진다. 민어탕은 곰탕 국물처럼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게 특징인데 특히 민어 부레가 별미 중의 별미다. 전라도 출신 사람들이 ‘홍어 애를 먹어야 홍어회를 먹은 것’이라고 말하듯이 민어 부레는 민어 요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식감은 흐물흐물하고 맛은 슴슴해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말 그대로 별미로서 맛보는 부위라고 할 수 있다.

여름 민어를 만나려면 신안으로 가야 한다. 염전으로 유명한 신안 증도는 연도교가 이어져 있어 찾아가기 쉽다. 민어 복달임과 함께 염전 구경, 소금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 추천한다.

신안 임자도는 민어 파시(波市)*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사실 여름철에 산란을 위해 해안으로 올라오는 민어는 큰놈이 대부분이라 가격도 아주 비싸서 횟집에 가면 부르는 대로 내야 하는 ‘싯가’ 생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임자도는 여름철 민어잡이 배들이 제법 있는 곳이라 포구에서 배를 기다리면 좋은 가격에 여름 민어를 구입할 수 있다. 무안 현경반도를 경유해 신안군 서쪽 점암선착장까지 간 후 배를 타고 가야 한다.

* 파시: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

여수 경도의 갯장어

여수 경도는 여수항 바로 앞에 떠 있는 작은 섬인데 여름철이면 이 섬은 불야성을 이룬다. 이곳이 여름철에만 나는 귀한 보양식, 갯장어의 산지이기 때문이다. 여수 사람들은 이 장어를 ‘참장어’라고 부르는데, 일본어로 하면 하모(はも), ‘아무것이나 잘 문다’는 뜻으로 갯장어의 날카로운 이빨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본 사람들은 갯장어를 먹어야 여름을 날 수 있다고 해서 복날쯤에는 있는 집이나 없는 집이나 다 장어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여수 경도 장어는 모조리 일본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갯장어는 샤브샤브로 먹는 것이 인기다. 끓는 육수에 장어 살점을 살짝 데쳐 먹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갯장어의 뼈를 발라 칼집을 내고 토막을 치는 주방장을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나온다. 토막을 친 다음에 장어의 등 부위에 예리한 칼집을 넣는데 그래서 장어가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바짝 오그라들면서 꽃 모양으로 변한다. 갯장어는 살점 속에 미세한 뼈가 수없이 들어있는데 이 뼈를 잘게 부수기 위해 칼집을 낸다고 한다.

갯장어 샤브샤브로 배를 채우고 여수의 밤바다를 거닐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경도는 작은 아담한 섬으로 여수 시내에서 바라보는 밤바다와는 차원이 다른 풍광을 선사하는 곳이다. 선착장이 있는 외동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서낭당 등 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옛것들을 만날 수 있고 섬 내에는 고급 캠핑장도 있다. 경도는 차와 사람을 함께 태우는 차도선을 타고 5분이면 갈 수 있는데, 다만 여름만 되면 이 배는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사람들로 붐빈다.

태안 박속밀국낙지탕

충남 태안군은 반도(半島)다. 그 안에는 또 크고 작은 반도가 있다. 태안반도 북쪽에서 인천 방향으로 뻗은 이원반도는 기암절벽과 갯벌로, 여행객은 물론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가면 독특한 방식의 연포탕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박속밀국낙지탕이 그것이다. 박속밀국낙지탕은 박과 밀가루 그리고 낙지가 하모니를 이루는 음식이다.

찰진 갯벌에서 사는 낙지의 효능은 잘 알려져 있다. 타우린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원기 회복과 피로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예전 농가에서는 소가 지쳐 자빠지면 민간요법으로 산낙지를 먹이기도 했다. 그만큼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부기를 빼는 효능이 있어 산모들이 산후조리를 할 때 많이 먹는 음식이다. 또 식물성 칼슘이 풍부해 어린아이들에게도 좋은데 여기에 낙지와 박의 궁합까지 잘 맞아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원반도 동쪽은 가로림만, 서쪽은 물 빠짐이 좋은 갯벌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 맛있는 낙지가 나는 이유다. 이원반도의 박속밀국낙지탕은 현지산만을 쓰고 있어 낙지가 그리 크지는 않다. 산 낙지를 담아오는 주인의 손에 적당한 크기의 낙지가 들려 있다면 ‘생각보다 작네’라기보다는 ‘현지산이 맞구나’라고 여기면 된다. 맛도 기분인지라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입맛이 돈다고 한다.

박과 대파 등을 넣고 육수를 끓인 뒤 산 낙지를 살포시 넣고 끓이면 금세 연포탕이 완성된다. 끓는 물에 너무 오래 두면 육질이 질겨지기 때문에 낙지가 보랏빛으로 변할라치면 얼른 건져 먹는 게 좋다. 다 먹고 나서 국수와 수제비를 넣어 먹으면 박속밀국낙지탕이 완성된다.

다가오는 복날, 그리고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색다른 보양식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현지에서 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무더위도 저 멀리 달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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