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장기 ‘간’,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간경화증)’이란?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간 자체 내에는 신경세포가 매우 적기 때문에 간에 종양이 있다고 해도 통증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과묵한 간에 만약 이상이 생겨 딱딱해 진다면 어떻게 될까? 말랑말랑했던 간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경변증(肝硬變症)’에 대해 알아보자.

간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아프다는 말도 안 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 간은 어떤 역할을 할까?
간은 단백질, 당, 비타민, 지방 등의 영양분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또한 담즙을 생성하여 지방과 지용성비타민*의 흡수와 소화를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 암모니아, 니코틴 등 몸에 해로운 독성 물질까지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심지어 간은 혈액 안의 오래된 적혈구를 제거하고 출혈이 발생했을 때 피를 멈추게 하는 혈액응고인자까지 생성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처리하니 아프다고 호소할 틈이 없을 만하다.

* 지용성비타민: 지방이나 지방을 녹이는 유기용매에 녹는 비타민 (비타민 A, D, E, F, K 등)

 

간경변증의 증상과 합병증

간경변증 초기에는 만성피로, 식욕부진, 구역질, 복부 불쾌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간 질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만으로 간경변증이라고 보기 어렵다. 간경변증으로 인해 간 기능이 저하된다면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계통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호르몬에도 영향을 주어 남성의 경우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는 여성형 유방이 발생할 수 있고 여성의 경우 월경이 불규칙해질 수도 있다.

병이 진행되면 눈과 피부에 황달이 발생하기도 하고 피부에 거미 모양으로 혈관종(血管腫)*이 생기거나 손바닥이 빨개지는 홍조가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가 차고 하지부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
* 혈관종: 비정상적으로 혈관이 뭉쳐있는 덩어리
* 복수: 혈액 속 액체성분이 나와 복강 안에 고인 것

간경변증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문맥* 고혈압’, ‘간성혼수’,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간신 증후군’ 등이 있다.
* 문맥: 소화관에서 흡수한 영양분을 간으로 실어 나르는 혈관

문맥 고혈압은 간 내부로 유입되는 문맥의 혈류를 느리게 하거나 역류하게 만들어 정맥류 출혈 등을 유발한다. 특히 정맥류는 딱딱해진 간 때문에 간으로 피가 통하지 못하고 식도나 위의 작은 혈관으로 우회하면서 이 혈관들을 확장시킨다. 이로 인한 파열과 출혈로 쇼크나 간성혼수, 심할 경우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간성혼수는 신경정신과적 증후군으로 암모니아와 같은 장내 독소가 혈액 내에 축적되어 대뇌혈관장벽을 통해 대뇌 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말기 간경변증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으로 간성혼수 초기에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반응이 느려진다. 간성혼수가 더 진행되면 의식저하, 착란, 혼수,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간신 증후군은 간에서 혈류가 변경됨에 따라 신장에서 혈류를 줄여 나타나는 상태로 소변량이 감소하고 의식변화,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들은 만성 간 질환 환자, 간부전 환자, 문맥압 항진증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간경변증은 골다공증 및 당뇨 등의 내분비계 합병증을 유발하며 간암 발생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 산출조건(간경변증)
상병코드: K702, K703, K74 / 심사년월: 2014년~2016년 / 지급구분: 지급(심사결정분)
□ 제공: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 >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 상병은 요양기관에서 청구명세서상 기재해 온 진단명을 토대로 산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간경변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4년 10만 6,584명, 2015년 9만 9,362명, 2016년 10만 3,350명으로 2015년에 소폭 감소하였다가 2016년에 다시 증가하였다. 2016년 연령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50대는 33.3%(3만 5,711명), 60대는 28.3%(3만 337명)로 전체 연령 중 약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경변증의 주범: 간염 바이러스, 음주, 지방간, 자가면역질환

간이 딱딱해지는 이유는 간세포를 손상시키는 바이러스나 과도한 음주, 비만, 자가면역질환 등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간에 상처가 생기고 만성적인 상처와 염증으로 간 조직이 섬유화(纖維化)*되어 간이 딱딱해질 뿐만 아니라 정상 구조가 뒤틀리기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 섬유화: 어떠한 이유로 장기의 일부가 굳는 현상

간세포를 손상시키는 바이러스는 B형이나 C형 간염과 같은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들의 원인 중 B형 간염에 의한 만성질환이 48~70%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알코올성 간염, C형 간염 순이다. (출처: 2011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 대한간학회, 간경변증 임상연구센터)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 내의 염증을 유발하여 간을 손상시키고 파괴시켜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간경변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주역은 바로 알코올이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과도한 음주를 버텨내기는 힘들다.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와 같은 독성물질로 변환되어 염증과 조직손상을 일으킨다. 간이 손상되면 지방분해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게 된다.

이를 ‘알코올성 지방간’이라 하는데 여성의 경우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증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 대사(代謝)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알코올이 더 오래 남기 때문에 간의 염증과 손상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술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고지방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서 간에 지방이 쌓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알코올성 지방간과 마찬가지로 간에 지방이 쌓이게 되면 간의 손상이 나타나므로 비만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간경변증은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의 장기나 조직을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간 질환은 ‘자가면역성 간염’과 ‘원발성 담관성 간경변증’이 있다. 보통 이런 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쇼그렌증후군*’, 피부경피증(硬皮症)*’, ‘만성염증성 장 질환’ 등의 자가면역질환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밖의 간경변증 원인으로는 혈색소 침착증*과 철분 과다, 약물, 비소와 같은 중금속 화학물질 등이 있다.

*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루푸스라고도 하며 결합조직과 피부, 관절, 혈액, 신장 등 신체의 다양한 기관을 침범하는 전신성 질환
* 쇼그렌증후군: 눈물샘, 침샘과 같은 외분비샘이 만성 염증으로 파괴되어 구강이나 안구에 심한 건조증이 오는 질환.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고 http://blog.naver.com/ok_hira/221009297656
* 경피증: 피부에 국한된 섬유화가 일어나 피부가 딱딱해지는 질환
* 혈색소 침착증: 철의 대사 장애로 몸 전체에 과량이 철이 침착되는 것. 간에 철이 과량으로 침착되어 간경변증을 유발함

간경변증의 치료

간경변증은 한번 발병하면 정상적인 간으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원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간경변증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이라면 그 원인인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으로 바이러스의 복제를 방해하고 면역계를 증강시켜 치료한다. 음주로 인한 간경변증이라면 당연히 금주를 함으로써 치료를 해야 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원인이라면 체중 감량과 식이요법을 통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경변증은 무엇보다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면서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한 번 발병하면 다시 건강한 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또한 간은 아파도 말을 하지 않는 과묵한 성격이므로 평소 간 건강관리를 잘하여 ‘침묵의 장기’인 간을 잘 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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