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만난 보건의료인] 환자의 질병 정보와 병원의 치료 내용을 관리하는 ‘의무기록사’가 궁금해요!

가수의 멋진 무대 퍼포먼스 뒤에는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 수많은 스태프의 노력이 숨어있듯이 병원에도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무기록사도 그중 하나로 환자의 의료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꾸준하고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의무기록사가 기록한 정보들은 보건 통계자료로도 사용되며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의무기록실에서 근무하는 김동찬 의무기록사를 만나 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들어보았다.

 

 

Q. 의무기록사라는 직업이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의무기록사는 병원의 지원 부서에서 일하며 병원에서 작성하는 모든 의료 기록을 관리해 의무기록의 완전성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수술을 하러 병원에 왔다면 접수부터 진료, 수술의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환자 상태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의료 정보를 기록하는 일을 합니다. 보통 의사만 진료 차트를 작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부터 입원 병동 간호사까지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의무기록사는 의료진의 의무기록을 검토해 진단을 코드화하여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고, 이 과정에서 누락된 내용이나 오류는 없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결과가 정확하게 기록됨으로써 추후 환자가 안전하고 일관성 있는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한 의무기록사가 관리하는 의무기록은 의료기관인증평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같은 외부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요. 결국 의무기록을 철저하게 관리함으로써 환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Q. 의무기록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뗄 수 있는 서류들도 포함되나요?

의무기록이란 환자의 질병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기록한 문서입니다. 환자의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이 시행한 검사와 치료한 내용, 그리고 결과가 모두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많이 신청하시는 진단서와 의무기록사본 역시 의무기록 중 하나입니다. 의무기록사가 전산시스템에 입력한 내용을 원무과를 통해 환자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전에는 모든 의무기록을 종이에 기록해 의무정보를 도서관 서가 같은 곳에 보관했는데요. 최근에는 의무기록 관리가 전산화되면서 모든 의료진이 의무정보를 전자의무기록으로 입력하고 있습니다.

 

Q. 환자와 질병, 치료와 관련된 모든 의무기록과 관련된 일이라면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고 양도 많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업무 예시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무기록을 검토해 진단을 코드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요. 단순히 질병명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질병의 구체적인 원인과 발생 부위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질병 코드를 입력합니다. 저희는 이 작업을 ‘코딩한다’고 표현하는데요. 다양한 진단명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따라 코딩합니다. 예를 들어 당뇨의 질병 코드는 ‘E14.9’, 말기신부전은 ‘N18.5’인데요. 당뇨로 인한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에는 ‘E14.22, N08.3, N18.5’로 기록합니다. 질병 코드를 구체적으로 입력하기 때문에 코드만 보고도 질병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입력한 데이터들을 분석해 질병 및 수술 분류, 암 발생률, 감염병 통계 등 보건 사업에 활용되는 통계 자료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질병 및 수술 분류’는 국제 표준 분류로서 국가보건의료 통계 사업뿐 아니라 전세계 의료진들이 연구 데이터로 활용합니다.
 

 

Q. 의무기록사는 주로 어디서 근무할 수 있나요?

의무기록사 면허증 취득 후 대부분 중형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일하게 됩니다. 의무기록사 면허증이 있으면 보건행정직 공무원 시험에서 5%의 가산점을 얻을 수 있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보건소나 국립병원에서 관련 업무를 하게 됩니다. 또한 의무기록사는 전공을 배우면서 보건행정 전반에 걸쳐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보험회사, 제약회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보건의료 관련 사기업이나 공기업에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가령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금 산정 시 관련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무기록사를 의료비 심사직으로 채용하기도 합니다.

 

Q. 의무기록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4년제 및 전문대학에서 의무기록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의무기록학’, ‘의학용어’, ‘의료관계법규’ 등 관련 전공을 40학점 이상 이수해야 의무기록사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의무기록 관련 학과는 보건행정학과, 보건관리학과 등이 있고 학과 명칭은 다양합니다. 의무기록사 시험은 매년 12월에 1번 시행되며 하루에 필기시험과 실시시험을 모두 치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시험을 보며 총 3교시로 진행됩니다. 1, 2교시에는 이론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식 시험을 치고 3교시에는 실기시험을 치릅니다. 실기시험 시간에는 요약된 진료 차트를 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Q. 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또, 시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의무기록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약 50% 내외로 난이도가 쉬운 편은 아닙니다. 질병에 대한 방대한 의학 지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은데요. 학과에서 배우는 의무기록 관련 전공 40학점을 기본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4학년 2학기에 의무기록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모아 매주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 모의고사에서 틀린 부분을 따로 정리해 오답 노트를 만들었던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시험 범위가 넓어 아는 부분도 반복해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시험 외에 특별히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의무기록사는 환자의 건강에 관여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확성이 중요합니다. 평소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을 가진 분이라면 업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필수는 아니지만 통계프로그램을 다룰 줄 안다면 의무 기록을 정보화하는 능력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Q. 의무기록사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이나, 자부심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의무기록사의 역할 중 ‘국가 암 등록’ 업무가 있습니다. 암 등록은 암의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해 암 발생과 특성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사업인데요. 많은 나라가 국가 암 등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국가 암 등록 사업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등록한 자료로 만든 통계 결과가 암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다른 나라의 국제암연구소 등에서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Q. 의무기록사로 일하면서 특히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의무기록사부터 홍보팀 직원까지 다양한 직종이 모여서 일하는 곳입니다. 의무기록사는 지원부서라 다른 부서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요청하거나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의무기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자료가 부족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때 힘든 점이 있습니다. 서로 알고 있는 의학 지식의 양과 관점이 달라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인데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은 분이라면 지원 업무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의무기록사를 꿈꾸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도 대학에 가기 전까지 의무기록사라는 직업이 생소하기도 했고 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아 진로를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기록사로 일하면서 환자분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험 합격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조금씩 차근차근 준비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의무기록사도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만 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혀 자신의 적성에 맞는 근무 환경을 찾는다면 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Visited 89 times, 1 visit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