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Travel] 비 온 뒤 피톤치드를 찾아 떠나는 편백 숲 여행

올여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8월 한 달 중 비가 내린 날이 16일에 달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여름철 많은 비는 가을철에 나는 산물을 자라게 한다. 여름에 비가 충분히 내린 덕분에 가을 야생화 산행이 즐겁지 않을까?

비에 젖은 산하(山河)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비 온 뒤 숲을 거닐면 대기 중 풍부해진 산소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물질을 내뿜는 편백 숲에서는 산림욕 효과가 배가된다. 우리나라 편백 숲은 일제 강점기 또는 한국전쟁 이후에 조성되었다.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 숲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자 치유가 된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희랍어로 ‘식물(phyton)’과 ‘죽이다(cide)’의 합성어로 러시아의 한 과학자가 처음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다. 직역하면 식물을 죽이는 물질이지만, 편백이 자랄 때 주변에 경쟁하는 수목과 잡풀을 이기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다.

숲속의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살균성을 가진 모든 물질을 통틀어 피톤치드라고 지칭한다. 폐결핵이 빈번했던 20세기 초에는 숲에서 요양하는 방법이 폐결핵의 치료법으로 널리 쓰였다고도 한다. 삼림욕을 통해 나쁜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 등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게 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런 치유 방법은 널리 애용되고 있고 그만큼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달에는 편백 숲으로 떠나 피톤치드를 가득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고흥 봉래산 편백 숲

전남 고흥반도는 ‘땅끝’으로 서울에서 차로 5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에 대한 피로를 풀어줄 만한 아이템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고흥반도 끝 외나로도에는 우리나라 우주 과학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이 우주센터는 봉래산(410m)이 감싸고 있는데 봉래산에 아주 아늑하고 울창한 편백 숲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림한 3만 수의 편백 숲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가슴을 활짝 펴게 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쭉쭉 뻗은 봉래산 편백은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하다. 또 아름드리 둥치의 아래쪽에는 잔가지가 없어 ‘스페이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면 숲이 마치 양떼구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봉래산 편백 숲은 1920년대부터 조림된 것으로 분포 면적이 66만㎡에 달한다. 가는 방법은 아주 쉽다. 임도를 통해 나로우주센터 무선국 아래까지 차로 갈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울창한 편백 숲이 시작된다. 무선국에서 봉래산 정상까지 2.2km, 편백 숲까지는 1.9km로 양쪽 길 모두 두 시간이면 충분히 왕복할 수 있다. 특히 무선국에서 편백 숲에 이르는 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아이들과 함께 산림욕 하기에 좋은 길이다.

 

장성 축령산 편백 숲

고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전남 장성군 축령산(621m) 편백 숲은 독립가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1989년까지 34년간 평생 동안 가꾼 노고의 산물이다. 50년 된 편백과 삼나무 등 상록수림지가 1148ha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인공조림지로 춘원 선생은 한국전쟁으로 벌거숭이가 된 산하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무를 심고 가꿨다고 전해진다.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숲을 보살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현재 우리가 울창한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생은 자신의 땅도 아닌 국유지에 나무를 심고, 그 나무들이 곧게 자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현인의 말이 떠오를 만큼 숭고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산림청은 2002년 숲을 사들인 후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임종국 조림지’로 이름 지었다.

높이 20여m에 달하는 수목에서 내뿜는 피톤치드는 심신을 맑게 한다. 평생에 걸쳐 숲을 가꾼 한 사람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어 더 의미가 있는 산림욕이 되지 않을까?

문의 장성군청 문화관광과 관광진흥팀(061-390-7242)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남해 편백 숲은 1960년대에 조림되었다. 인공으로 조성한 편백 숲과 소나무 등 자생 숲이 잘 어우러진 곳으로 주변 경관이 수려해 1998년 이후 자연휴양림으로 관리되고 있다. 편백 산림욕뿐만 아니라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다의 조망할 수 있어 늘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휴양림은 통나무집 등 객실 39곳과 야영장 20곳 등 비교적 많은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매월 1일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치열한 예약 경쟁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은 곳이다.

편백 산림욕은 야영데크가 있는 지점에서 전망대까지 약 2km 구간이 특히 좋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 산 정상 근방까지 걷는 길이다. 전망대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산허리를 휘감는 3.2km 구간을 통해 다시 휴양림 사무소 쪽으로 내려갈 수 있다. 휴양림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 수도 있지만 걷는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산행 채비를 하는 것이 좋다.

남해편백휴양림은 매일 두 차례에 걸쳐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편백 구별법, 나뭇잎 향기 체험, 목공예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문의 남해편백자연휴양림 055-867-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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