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Travel] 이 가을, 걷기 좋은 낙엽길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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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연중 한 번도 산에 가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즈음이 되면 ‘산에 가볼까?’ 생각하게 된다. 울긋불긋 단풍이 있어서다. 산행객들이 주로 찾는 단풍산행 대상지는 설악산·지리산 등 산세가 큰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유명하다고 해서 무작정 나서면 곤란하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장시간 산행을 하게 되면 다리에 쥐가 나는 등 근육이 뭉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다리에 쥐가 나서 주저앉게 되면 오르막을 오르느라 빨라진 심박과 체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럴 때 난데없이 비가 내린다거나 첫눈을 맞게 되면 저체온증 증세까지 올 수 있다. 불운이 수차례 연속해 닥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산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이렇듯 한두 가지의 실수와 한두 가지의 불운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빚어진다.

산에 갈 때는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산행 전 준비운동은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등산로 입구에서 보면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고,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은 어지러움은 대개 산행 후 30분 이내에 나타난다. 준비 운동 없이 곧바로 산행에 나섰다가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30분 정도 준비 운동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자가용이나 버스에서 내린 직후라면 발목과 종아리, 대퇴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난 다음 산에 들어서야 한다.

옷차림도 중요하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대개 두꺼운 옷을 껴입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행 옷차림은 얇은 내의와 얇은 상의, 얇은 겉옷 등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기본이다. 가볍게 껴입고 출발 20~30분 뒤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면 하나씩 벗으면 된다.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감싸면 움직임이 둔해질 뿐만 아니라 몸의 열을 배출하지 못하면 몸의 밸런스를 깨트릴 수 있다. 한 가지 더 유념할 것은 땀이 식었을 때 곧바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리나 어깨에 감는 것도 좋지 않다. 옷을 벗고 입을 때는 항상 배낭을 벗고, 완벽하게 세팅한 후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러 ‘나는 산행할 때 물을 안 마시는 스타일’이라고 하는 이도 있으나, 물 없이 몸을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없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은 좋지 않다. 걷는 동안 데워진 기관지에 갑자기 찬물이 들이 부으면 기관지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당한 크기의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배낭 속에 급변할 수 있는 날씨에 대비해 몇 가지의 의류와 장비를 구비하는 게 좋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것을 대비해 가벼운 다운재킷이나 장갑 등을 챙기는 것도 좋겠다.

안전한 산행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에게 적당한 대상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산보다는 오르막내리막이 심하지 않은 둘레길이나 공원 낙엽길만 걸어도 충분히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걷기 좋은 낙엽길 1. 공주 갑사~동학사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엔 마곡사, 가을엔 갑사가 더 좋다는 뜻이다. 특히 계룡산 서쪽 갑사에서 동쪽 계곡으로 넘어가는 갑사~동학사 트래킹 코스는 명품 단풍길로 꼽힌다. 달마가 구도를 위해 동쪽으로 갔듯, 명산으로 일컫는 계룡산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코스로 몸과 함께 마음까지 정화할 수 있는 길이다.

갑사의 단풍 길은 단풍을 비롯해 벚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활엽수가 많아 유난히 화려하다. 산행 코스는 갑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용문폭포, 금잔디고개, 상원암, 남매탑을 거쳐 동학사까지 5km 남짓이다. 체력이 남아 있다면 동학사에서 박정자 삼거리까지 더 걸어도 좋다. 봄에는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는 벚나무가 3km 남짓 단풍터널을 이룬다. 갑사로 진입하는 2km의 숲길 또한 아늑하고 그윽하다.

 

걷기 좋은 낙엽길 2. 함양 상림

천연기념물 제154호 함양 상림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시대 문장가 최치원(857~미상)이 이곳 태수로 와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지리산 북쪽 함양군은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으로 치면 으뜸이다. 함양읍 맑은 내를 따라 조림된 상림은 길이 1.6km, 폭 200m 내외에 100종이 넘는 아름드리나무 2만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늦가을이면 아름드리나무에서 쏟아져 내린 단풍이 발에 차일 만큼 수북이 쌓인다.

함양읍에 숙소로 정하고 이튿날 이른 아침 상림에 들면 호젓한 숲길을 선점할 수 있다. 이슬을 머금은 낙엽과 흙 내음 가득한 길을 거닐며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침 안개가 자욱이 깔린 날이면 더없이 좋다.

 

걷기 좋은 낙엽길 3. 화랑대~삼육대 플라타너스 거리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김현승 ‘플라타너스’ 中

시인 김현승의 ‘플라타너스’ 때문인지 플라타너스가 수북이 쌓인 길을 걷고 있으면 왠지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넓은 잎을 자랑하는 플라타너스는 아무 데서나 잘 자라 가로수와 공원에 많이 심어졌다. 예전 초등학교·중학교 교정엔 어김없이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우뚝 서 있었다. 그래서 플라타너스를 보면 잃어버린 감수성이 밀려오는 건지도 모른다.

육군사관학교 앞 화랑대에서 삼육대 캠퍼스로 가는 길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플라타너스 숲길이다. 좀체 낙엽을 쓸지 않아 늦가을에 가면 발목이 낙엽에 잠기기도 한다. ‘스윽 스윽’ 낙엽을 헤치며 걷다 보면 어느샌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날 것만 같다. 길이는 약 3km로 산책 삼아 걷기에도 좋다. 화랑대역 근처에서 도시락을 싸서 삼육대 캠퍼스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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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김영주
편집_김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