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얻는 위로 한마디] 산책하기 좋은 가을,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책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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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한 가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볕, 그리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를 밖으로 이끌 때,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만사가 귀찮아지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이 증상은 가을만 되면 더욱 심해진다. 흔히 ‘가을 탄다’는 말로 표현되는데, 이는 가을이 되면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 증상 중 하나다. 가을은 여름보다 일조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햇빛 부족에 따른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과식, 과수면 등의 증상이 생기면서 감정변화의 폭이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햇볕을 많이 쬐는 편을 추천한다. 햇볕 아래 있으면 자연스레 체내에 비타민D가 생성된다. 비타민D는 우울증을 예방해 주는 것은 물론 각종 암을 예방하는 탁월한 효과도 있다.

가을의 햇볕은 여름과 달리 따스하다. 그렇다. 산책하기 좋은 요즘, 야외 활동을 즐기러 밖으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벤치에 앉아 가을 햇볕을 쬐며 책 한 권 읽는다면,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것이다. 집순이인 당신을 밖으로 이끌 이 책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우울증과 무기력증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 『느리게 걷는 즐거움-<걷기예찬> 그 후 10년』

푸르른 나무가 우거진 흙길을 맨발로 걸어본 적이 있는가? 맨발이 흙길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행복한 기운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특히 숲의 풍경을 보며, 흙냄새를 맡으며 맨발로 걸으면 시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기관이 자극을 받아 우울증, 불안감 등을 완화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걷는 것은 자신의 길을 되찾는 일이다.
돌연히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질병과 슬픔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이다.
처음 걷는 몇 시간은 걱정거리가 줄어들고,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적은 사색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듯한 공간으로 들어서면서 어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걷기는 잠시 바깥에서 오는 모든 유혹을 잘라내어
자신의 재정복을 구축하기 위한 재활성화이자 내적인 은신처이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다비드 르 브르통 저, 문신원 역, 북라이프, 2014)

그렇다면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은 걷기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한다. 이 책의 저자는 걷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걸으면서 자연스레 진짜 ‘나’를 만나고, ‘세상’을 만나며, 진정 삶이 유연해졌다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걷는다는 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 『드가의 산책』

우리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드가의 산책』 그림책은 무심코 지나친 삶의 진리를 일깨워 준다.

파리 곳곳을 산책하며 작품의 소재를 찾았던 화가 에드가 드가(1834-1917)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작품이 된다’는 모토로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 주위의 풍경에 관심을 기울인다. 모자 상점의 여직원이 손님에게 모자를 골라 주는 모습, 세탁소의 직원들이 옷을 다리는 모습, 경마장에 구경 온 중년 부인들이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 등 누군가는 한 번 쓱 보고 지나쳐버릴 흔한 일상 풍경을 말이다.

드가는 주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그림으로 그리던 화가였어요.
그는 몸에 천을 두른 사람들과 오래전에 일어났던 전쟁을 그림으로 그렸지요.

하지만 지금 드가의 작업실 창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했어요.
드가는 지나가 버리는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었지요.
드가는 예전과 다르게 북적거리는 도시를 탐험하기 위해 자주 산책을 나갔어요.

『드가의 산책』(사만사 프리드만 저, 크리스티나 피에로판 그림, 최순희 역, 주니어RHK, 2017)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은 늘 현재진행이다. 더불어 모든 인물 한명 한명이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드가의 산책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동네의 모습을,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동네의 이곳저곳을 산책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수많은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왜 하나같이 집을 나서 길을 떠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장화홍련전, 심청전 등 우리 민담을 비롯해 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등 서양의 민담과 동화를 살펴보며 ‘길 떠남’의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심봉사는 그 상황에서 주저앉지 않고 일어섭니다.
우는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가
더듬더듬 마을을 다니며 아낙들에게 동냥젖을 얻어서 어린 딸을 키우지요.

(중략) 심봉사의 일은 하나의 극적인 변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 안에 머물러서 보살핌만 받는 무능한 존재에서 한 생명을 키우는 존재로 탈바꿈한 일이었으니까 말이에요.

그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느냐 하면 심봉사가 아이를 안고서 길로 나섰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 같았지만, 무작정 밖으로 나서고 나니까 마침내 길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바깥세상으로 나서는 일은
아이들한테만이 아니라 모두한테 다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신동흔 저, 샘터사, 2014)

 

옛이야기 속 길 떠난 소년소녀들의 종횡무진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독립과 성장이 무엇인지,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 의미를 알려준다. 왜 우리는 떠나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떠나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답을 얻을 수 있다.

 

#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백발의 히치하이커, 배낭 메고 떠나다』

예순의 나이를 넘긴 노인들이 여행을 다닌다고? 이 책은 실제 일흔여섯의 나이로 여행작가, 여행가이드, 강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고령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기 공모전 수상작들을 엮은 것이다.

직장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은퇴한 이들의 개성 넘치는 여행기에는 배꼽을 잡을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담이 두루 들어있다. 이 책에 등장한 노인들은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하며, 평생 해본 적 없는 독특한 일에 도전하면서 자신을 넘어서기도 한다.

우리 같은 연금 생활자들은 많은 젊은이들이 좀처럼 믿지 못할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최고의 시간은 바로 노년기라는 것이다.
노년기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시간 여유와
(운이 좋다면) 건강, 두 가지를 다 갖게 되는 때이니 말이다.

마지막 기회다.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 순간을 즐기자!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힐러리 브래트 저, 신소희 역, 책세상, 2016)

무엇보다 그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찰나의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되돌아보고 있을까? 시간의 소중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기력하고 우울한 채 이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우리의 청춘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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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천서영
편집_김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