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Travel]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힐링의 길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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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World Mental Health Day)의 날이었다. 세계정신건강연맹(WFMH)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지난 1992년 기념일로 제정했다. 건강한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여행 또는 정신을 맑게 하는 여행의 방법과 기술은 무엇일까? 온천, 요가, 미식, 산림욕, 명상 등 많은 방법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걷기’를 첫손에 꼽는다.

사람의 몸은 태생적으로 걷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이로 인해 생긴 몸과 마음의 병이 허다하다. 그래서 걸으며 삶과 발자취를 돌아보고, 동시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걷기 여행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끊임없이 걷는 장거리 트레일(Trail, 걷는 길)은 그 자체가 곧 치유다. 예전엔 장거리 트레일에 나서는 사람들은 특별한 부류였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주변에서 수백km에 이르는 장거리 도보여행에 나서는 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거리 트레일이다.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트레커(Trekker, 풍광을 즐기며 여행하는 사람)를 나라별로 구분하면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산티아고 길의 절반이 한국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와 시차가 7시간이나 나는 스페인의 시골길 800km 걷기에 도전하려는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등산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장거리 트레일에 도전할만한 체력과 산행 경험을 보유한 트레커가 많은 것도 이유겠지만, 한국사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시시각각 급변하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처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총 4,285km에 이르는 미국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Pacific Crest Trail)도 인기다.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도보여행 에세이 ‘와일드’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가 걸었던 길이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4,285km 구간을 눈이 녹은 봄에 시작해 눈이 쌓이기 전인 늦가을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완주율이 20%를 넘지 못한다. 이밖에도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거리 트레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트레커들은 북미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 Continental Divide Trail, 5,000㎞)과 애팔래치아 트레일(AT, Appalachian Trail, 3,500㎞)까지 모두 걸으면 ‘트리플 크라운’으로 여기고 있다.

 

백두대간 구간 종주 700km

국내에도 유서 깊은 장거리 트레일이 많다.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 종주는 그 중 첫손가락에 꼽힌다. 비록 진부령 북쪽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지만,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되는 ‘절반의 길’만 해도 700여 km에 이른다. 수 천 년 동안 이 땅 백성들의 삶의 현장이었던 백두대간 능선은 1988년 대학산악연맹 소속 대학생 49명이 60일 동안 걷고 난 후 트레일로서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후 수많은 이들이 백두대간에 도전하며 국내 장거리 트레일의 대명사가 됐다.

심신을 치유하기 위한 백두대간 종주는 한달음에 마치는 ‘논스톱’보다는 당일 또는 1박 2일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를 구분해 완주하는 ‘구간 종주’가 적합하다. 보통 24~28구간 정도로 끊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2회 정도 길을 나선다면 약 2년여 동안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남들이 2년 만에 구간 종주를 한다고 해서 일정을 무리하게 짤 필요는 없다. 하루에 10km씩, 70회 동안 걸어도 괜찮다. 완주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한 걷기이기 때문이다. 또 봄·가을 산불 예방 기간엔 입산이 안 되는 곳이 많아 ‘빠뜨리지 않고 모든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유연하게 생각하고 편하게 걷는 게 최선이다.

마음이 가는 특정 구간만 골라 걸어도 좋다. 가을 백두대간 능선은 어딜 가도 단풍을 만날 수 있다. 강원 태백의 화방재(960m), 충북 단양의 죽령(689m), 경북 문경 조령(642m) 등은 차로 접근하기도 쉽고 길도 그리 험하지 않아 힐링하며 걷기 좋다.

 

지리산 둘레길 285km

지리산을 둘러싸고 있는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5개 시·군을 아우르는 총 285km의 장거리 도보 길이다. 남원시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함양·산청·하동·구례군의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지난다. 둘레길을 관리하는 사단법인 ‘숲길’은 길을 총 22개 구간으로 나눴으며, 각각의 코스는 약 10~20km 정도다. 옛 문헌을 찾아 고증한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 마을 길 등 다양한 옛길을 만나게 된다.

지리산 둘레길은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이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으며, 중간에 아기자기한 민박과 찻집들이 있어 여유 있는 도보여행이 가능하다. 추수가 끝난 논두렁, 가지 끝에 댕댕하게 달린 빨간 홍시, 막바지 가을걷이를 하는 아낙 등을 만날 수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한때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져볼 수 있다.

 

동해안 해파랑길 770km

출처_한국의 길과 문화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770Km에 이르는 길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장거리 트레일이다. 총 50구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구간은 10~20km로 나눠져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동해안에 이어 남해안과 서해안 그리고 비무장지대(DMZ)까지 한반도 남쪽을 아우르는 코리아둘레길을 추진 중이며, 이 트레일이 완성되면 총 4,500km의 트레일이 만들어진다.

출처_한국의 길과 문화

해파랑길은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구 7번 국도’와 평행선을 이룬다. 왕복 2차선인 ‘구 7번 국도’는 1979년에 완공됐다. 그리고 30년 후인 2009년에 4차선 도로로 확장됐다. 덕분에 이제는 지방도가 된 ‘구 7번 국도’는 ‘해안도로’,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 등으로 불리며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파랑길은 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동해안을 따라 길게 조성된 백사장과 소나무 숲을 통과하며 때론 울창한 숲이나 계곡 등을 관통한다.

삼척 3구간인 맹방해수욕장에서는 드넓은 백사장과 함께 거칠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으며, 영덕 풍력발전소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확 트인 초지대를 만나고, 부산 갈맷길 이기대 코스에 가면 늦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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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김영주 편집_김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