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Travel] 세밑, 나를 어루만지는 해넘이·해돋이 여행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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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올해는 때 이른 대선 등 예상치 않은 일들이 유난히 많았다. 거친 세파에 각 개인의 삶에도 어루만지고 싶은 일이 많았을 것이다.
연말연시 해넘이·해돋이 여행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새해의 힘찬 태양을 보러 가는 동해안 해돋이 여행이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만큼 12월 31일 동해안행은 복잡하고 번잡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도 막히는 도로를 피해갈 수 없다. 더러는 차 안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기도 한다.

올해는 새해 해돋이가 아닌 세밑 해넘이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체로 해넘이가 아름다운 장소는 해돋이도 또한 아름다우니 해넘이와 해돋이를 모두 만날 수도 있다.

 

무의 바다 누리길

인천공항 활주로로 떨어지는 비행기를 매 분마다 한 대씩 볼 수 있는 무의도는 서울에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섬이자 해넘이 명소다. 무의도는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로 나뉘는데, 무의도 남쪽 끝에 면적 1.22㎢의 작은 섬이 연도교(連島橋)로 이어져 있다. 413m의 다리를 건너면 무의도 바다누리길이 시작된다.

섬의 해안 둘레 약 2.5km를 따라 걷기 길이 조성돼 있는데, 한 시간이면 여유 있게 걸을 수 있어 도보 여행을 겸한 해넘이 여행지로 제격이다. 시계 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은데, 소나무 숲길과 절벽을 가로지르는 데크 길과 해안가 백사장 등 다양한 길들이 나타난다.

주말에 찾으면 이 섬의 땅 62%를 소유한 ‘산주’ 정명구 씨를 만날 수 있다. 마을 뒤편 백사장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백사장에서 직접 잡은 갯고둥과 어묵 등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정명구 씨가 운영하는 매점을 지나면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정자가 하나 있다. 겨울철 노을이 가장 예쁠 때는 오후 5시 전후이므로 이 시간에 맞춰 정자에 오르면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 있다.

해돋이까지 겸한 1박 2일 여행을 원한다면 소무의도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 민가에서 정자까지도 10~15분이면 갈 수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해넘이와 해돋이를 볼 수 있다. 무의도는 잠진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 이 배에 차도 실을 수 있다. 소무의도는 차로 들어갈 수는 없고 다리를 건너 가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인천공항에서 222번 버스를 타면 잠진항까지 갈 수 있다.

 

해남 땅끝 전망대

땅 끝에 서서 /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에 서서 / 돌아갈 수 업는 막바지 / 새 되어서 날거나…
(김지하 ‘더는 갈 곳 없는 땅끝에 서서’)

땅끝에 왔습니다 /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 저녁 파도소리에 동백꽃 집니다
(고은 ‘땅끝’)

내로라하는 시인마다 땅끝을 찾아 시를 남겼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땅끝’은 그런 곳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세밑이라는 감수성이 폭발할 때면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라는 뜻의 ‘갈수리’(渴水里)였다가 물이 귀한 바닷가 마을에 좋지 않은 이름이라 하여 ‘갈두리’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땅끝 전망대는 남쪽 바다를 향해 솟은 사자봉 위에 있다. 한껏 고조된 감수성을 갖고 땅끝을 찾은 이들은 전망대 외에 ‘볼 것이 없다’며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땅끝 여행은 어디까지나 감성이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는 각자의 몫이다. 고은 시인의 시비는 전망대에서 내려와 시비 공원에 있다.

해넘이는 보길도로 가는 배가 닿는 선착장 방파제가 제격이다. 남쪽을 향해 두 개의 암봉이 솟아 있는데, 암봉 사이로 발갛게 익은 태양이 떨어진다. 해남까지 가서 해넘이만 보고 돌아오면 아쉽다. 해돋이 조망은 땅끝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인 달마산 마봉이 좋다. 송신탑이 있어 차로도 올라갈 수 있다. 멀리 보길도 너머로 태양이 떠오른다. 남도의 명산으로 꼽히는 두륜산 오봉도 해돋이 명소다. 역시 차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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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김영주
편집_김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