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트렌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

2017년 중반까지만 해도 라이프 트렌드는 분명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였다. 팍팍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나에게 소비를 하고, 현재를 즐기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휘게 라이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휘게(Hygge)’란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다. ‘현재의 나를 위한 소비’ 트렌드는 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소박한 삶’으로 변화했을까?

 

2018년의 새로운 트렌드, 소확행

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는 휘게 라이프에 이어 ‘소확행(小確幸)’이다. 요즘 심심찮게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소확행이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특별한 성취가 아니더라도 소소한 것을 이루어 행복을 이루는 것이다.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에 발간한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를 살펴보자.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는 것’
‘오후의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 『랑겔한스섬의 오후』 中

문장만 읽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가 머릿속에서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안정되는 기분이다. 분명 이런 것들은 너무나도 사소해서 삶의 큰 ‘이벤트’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감정들은 확실히 행복으로 연결되며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욜로 라이프에서 소확행까지 변화하게 된 이유는 아마 사람들은 현재만 즐기는 욜로 라이프보다는 이런 소소한 행복들이 더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발 빠르게 반영한 곳은 역시나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내야만 하는 기업들이다. 최근 가전제품이니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제품광고에서는 제품의 기능을 중점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따뜻한 감성’에 기능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한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길을 걷다가 음악을 듣는 순간 오직 그 만을 위한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또 여러 가전제품의 광고를 보면 제품보다는 화목한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광고들은 마치 ‘이 제품을 쓰면 행복해질 거야!’라고 느끼게끔 하여 감성을 자극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소비로 이어지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또 욜로와 아주 크게 다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슬로우 슬로우, 가끔은 천천히 해도 괜찮아

(이미지 출처: JTBC ‘효리네 민박 시즌2’)

2017년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히트한’ 프로그램을 꼽자면 단연 tvN의 ‘윤식당’과 JTBC의 ‘효리네 민박’이 아닐까 싶다. 이 둘의 공통점은 ‘힐링 예능’으로 별다른 웃음 포인트는 없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광, 여유로움이다. 정말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유머는 없지만 볼수록 빠져들게 된다.

왜 사람들은 이 ‘힐링 예능’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윤식당’은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서 식당을 열어 현지에 관광 온 여행객들에게 한식을 판매한다는 콘셉트로, 출연진들이 직접 식당에서 일하며 식사를 하러 온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가로운 오후를 잘 담아 내었다. 또 눈부신 바다와 따사로운 햇볕은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음식을 하고 서빙을 하는 출연진들은 진땀을 빼며 바삐 돌아다녔지만, 식사를 하러 온 관광객들은 여유가 넘쳐 흘렀다. 비치베드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하나 시켜 놓고선 곧장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가 물놀이를 즐기고 다시 돌아와 음료 한 모금. 음식이 늦게 나와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 등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효리네 민박’은 인기 절정이었던 가수 이효리 씨가 결혼과 함께 돌연 제주도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집에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사전에 예약 신청을 한 일반인들이 들어가 민박 생활을 한다는 콘셉트이다. 이 역시 특별함은 없지만 소소하게 사는 그들의 모습,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 등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필자 역시 이 방송을 보고 당장이라도 제주도행 티켓을 끊고 싶었다.

2017년 상반기, 하반기에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힐링 예능’에서도 소확행을 찾을 수 있다. ‘힐링 예능’에서 보여주었듯이 특별함은 없지만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소확행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의 질문에 ‘행복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행복하다면 얼마큼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할까?

행복의 종류는 광범위하다. ‘취업하는 것’,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 등과 같이 자신이 세워놓았던 목표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로또에 당첨되는 것’, ‘시험을 잘 보는 것’ 등등 행복이라는 감정은 상당히 주관적인 감정이다. 또 이러한 행복은 노력한 것에 비교해 얻는 기쁨은 일시적이며 멀리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반면 소확행에 따른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앞선 예시들과 같이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추운 날 밖에 나가지 않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는 것’, ‘퇴근 후 편의점에서 사 온 캔맥주 한 모금을 마시는 것’ 등과 같이 무엇인가 성취해서 얻어내는 행복이 아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행복의 정의 중에는 ‘주관적 안녕감’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특별한 일로 인해 오는 기쁨보다는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하여 오는 평안함이 행복이라고 정의한다는 것이다.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에서 오는 행복, 소확행.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소확행을 좇다가 현재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작은 행복’에 집중하다가 ‘큰 행복’을 잃어버릴 수 있다. 작은 행복은 그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일 뿐 결론적으로 미래의 삶을 책임지진 않는다. 따라서 작은 행복은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2018년의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 소확행. 부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으로 행복을 누려보길 바란다.

 

(Visited 124 times, 3 visits today)
글_노혜수
참고
김난도 외 7명 저, 『트렌드 코리아 2018』, 미래의창, 2017, 247p~268p
최현석, 『인간의 모든 감정』,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