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실수로 치명적인 간 손상이…. 급성 간부전

약과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이지만 무심코 함께 섭취한 음식으로 인해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술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우리가 두통이나 치통, 생리통에 시달릴 때 흔히 복용하는 해열진통제이다. 이 성분은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단독으로 복용할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술을 많이 먹은 상태에서 이 약을 먹으면 급격히 간 기능이 악화되어 급성 간부전에 걸릴 위험이 있다. 뇌부종, 패혈증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급성 간부전에 대해 알아보자.

□ 산출조건(급성 및 아급성 간부전)
상병코드: K720 / 심사년월: 2014 – 2016년 / 지급구분: 지급(심사결정분) / 산출일: 2017년 12월 26일
□ 제공: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 >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 상병은 요양기관에서 청구명세서상 기재해 온 진단명을 토대로 산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급성 및 아급성 간부전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4년 2,714명, 2015년 2,247명으로 많이 감소하였다가 2016년 2,393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2016년 연령별 진료 인원에서는 50대 22.9%(555명), 40대 19.1%(463명), 60대 17.0%(411명)로 40~60대가 전체 진료 인원의 59%를 차지하였다.

 

바이러스 감염, 잘못된 약 복용이 주 원인

간 질환의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 간 기능 손상이 나타나 최초 증상 발생 후 8주 이내에 급격히 간성 뇌증*으로 진행하는 경우, 혹은 황달이 발생한 지 2주 이내 간성 뇌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급성 간부전, 혹은 전격성 간염이라고 한다. 황달이 발생한 지 2~12주 이내에 간성 뇌증이 생기는 경우는 아급성 간부전으로 분류한다.
* 간성 뇌증: 간 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가 의식이 나빠지거나 행동의 변화가 생기는 것

급성 간부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경우와 약제 또는 독소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다. 바이러스 감염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B형간염 바이러스이며, A형간염이나 E형 간염 바이러스, 기타 다른 바이러스의 간염도 원인이 되지만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격성 간염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이나 독소에 의한 급성 간부전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의 과다 복용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중추 신경계에 작용하고, 소염 효과 없이 열과 진통을 조절해주는 성분의 약이다. 하지만 간(肝)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N-아세틸이미도퀴논’이라는 독성물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이 약과 술을 함께 먹을 경우 급성 간부전에 빠질 위험이 급증한다.

실제로 2005년 미국 Washington대학(UTSW)의 Anne M. Larson 박사 연구진은 아세트아미노펜이 급성 간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중 1위(42%)라고 밝힌 바가 있다. 따라서 하루에 아세트아미노펜을 4g 이상 복용하거나, 술을 자주 혹은 많이 마시는 사람이라면 아세트아미노펜에 의한 급성 간부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한다.

또한, 급성 간부전은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제, 건강보조식품, 한약(약초)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 자가면역성 간염 등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간성 뇌증과 뇌부종

급성 간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간성 뇌증이다. 이런 증상은 간 기능이 갑작스럽게 극도로 저하되어 간의 해독작용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며, 심할 경우 수일 또는 수 주 내에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간에서는 독성 물질을 해독시킨 후 깨끗하게 걸러진 피를 심장을 거쳐 뇌를 포함한 온몸으로 보내주지만 급성 간부전 환자의 경우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이러한 해독 작용을 할 수 없으므로 오염된 혈액이 직접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하여 의식과 행동의 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간성 뇌증은 가벼운 의식 변화부터 혼수상태까지 단계별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의식이 가볍게 나빠지고 행동이 변하다가(1단계), 시간이 지나면 지남력(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 장애, 기면증, 자세 유지가 안 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2단계). 이후에는 의식의 혼돈이 오며(3단계) 나중에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4단계).

급성 간부전의 또 다른 대표증상으로는 뇌가 붓는 뇌부종이다. 뇌부종은 3단계 간성 뇌증 환자의 25~35%, 4단계 간성 뇌증 환자의 65~75% 이상에서 발생하며 환자가 사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대부분 간성 뇌증 발생 후 1~2주일 안에 발생하지만 몇 시간 안에 급격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 뇌부종이 심해지면 뇌압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뇌 혈류 공급이 감소하며, 그 결과 대뇌에 산소 공급이 저하되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

특히 간부전 환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세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우리 몸의 면역 방어 기전도 저하되기 때문에 혈관 주사, 요도 카테터 등으로 인해 세균 감염이 생기기 쉽다. 일단 감염이 되면 세균이 혈액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전신 감염증은 급성 간부전 환자 사망의 두 번째 중요한 원인이고, 감염으로 인해 간이식이 늦어지거나 이식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혈액 응고 장애, 위장관 출혈, 여러 장기가 한꺼번에 망가지는 다장기부전과 대사성 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간 이식!

급성 간부전 환자가 간 이식 없이 내과적 치료만으로 회복될 확률은 20~25% 정도이다. 응급 간 이식은 급성 간부전 환자에 대한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수술인 데다 간 이식 공여자가 부족하여 여건이 좋지 못하다. 따라서 내과적 집중치료를 통해 자연회복을 기대해보거나 간 이식 공여자가 나올 동안 환자의 상태를 유지 또는 호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내과적 집중치료에서는 간성 뇌증, 뇌부종, 감염, 혈액 응고 장애, 위장관 출혈, 신부전, 대사성 합병증 등 관련 증상의 예방과 교정을 위해 각각에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하여 시행한다. 수시로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 특히 2단계 이상의 간성 뇌증 환자부터는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급성 간부전의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과다 복용이 원인인 경우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50~60%의 환자가 간 이식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 반면 B형 간염이나 한약 등 생약제제로 인한 급성 간부전은 자연 생존율이 20%에 불과하다. 그 밖에 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간성 뇌증이 심할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

급성 간부전은 그 예후가 좋지 않고, 생존을 위해 간 이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따라서 그 원인을 제대로 알고 특히 주의하여 평소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간부전을 예방하기 위해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A형 간염에 의한 급성 간부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급성 간부전의 대표적 원인인 아세트아미노펜의 과다 복용을 피하고, 한약이나 생약제제를 섭취할 경우 의사와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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