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Travel] 한겨울 ‘동화 속 이야기’를 찾아, 양평 딸기체험

소싯적 읽은 동화 한 토막. 병든 노모가 한겨울에 딸기를 먹고 싶다고 한다. ‘이 겨울에 딸기를 어떻게 구한담?’ 아들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어머니를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선다. 한겨울에 딸기가 있을 리 없지만 효자는 딸기를 찾아 들판을 헤맨다. 아들의 효심을 기특하게 여긴 신선의 도움으로 아들은 딸기밭에 이른다. 노모에게 딸기를 대접하게 된 효자는 그지없이 기뻐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그리 오래전에 읽은 동화도 아니다. 불과 이삼십 년 전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이렇게 되물을지 모르겠다. “딸기는 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데 왜 들판을 헤매고 다녀요?” 요즘엔 사시사철 딸기를 맛볼 수 있다. 대도시 근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상 재배 덕분이다. 딸기는 본래 봄이 제철이지만, 이제는 마트에만 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한겨울 딸기 수확
한겨울에 나는 딸기 덕분에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 속 이야기가 애매해졌다. 하지만 딸기를 직접 수확하는 ‘농촌체험’은 할 수 있다. 양평군은 오는 5월 말까지 딸기축제를 연다. 양평 전역에 조성된 농촌체험마을과 연계된 행사다. 축제 기간 동안 군내 16개 농가에서 딸기체험이 가능하다. 양평은 경의중앙선을 이용해 가면 된다. 전철이 경기 문산역에서 출발해 서울 용산역 등을 거친다. 기차의 종착지는 양평 지평역인데, 전역인 용문・원덕・양평역 근처에 체험 농가가 많다. 체험은 전화만 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비닐하우스를 방문하면 농장주가 바구니와 전정가위, 바구니를 건네준다. 이제 잘 익은 딸기를 따서 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딸기를 따서 가져갈 수 있는 수량은 1인당 500g이다. 체험 비용은 농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비슷하다. 초등학생부터 성인은 1만 5000원, 미취학아동은 1만 2000원이다. 만 3세 이하 아동은 무료다. 딸기 수확 중에는 배가 찰 때까지 딸기를 따 먹어도 상관없다. 원덕역 인근에서 ‘외갓집딸기체험장’을 운영하는 민영실(61) 씨는 “어린 아이들이 먹고 가는 양이 적지 않지만 애초부터 비용을 안 받았으므로 지금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딸기체험을 하다 보면 볼거리가 의외로 많다. 일단 한겨울에 짙푸른 딸기밭과 빨간 딸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또 양평은 군 전체가 ‘친환경 특구’로 지정돼 있을 만큼 산과 들, 물이 깨끗하다. 딸기 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도 지하수를 이용한 수경 재배를 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위생적인 딸기를 맛볼 수 있다.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채소나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면 딸기가 땅바닥에 있지 않고, 어른 허리 높이의 수경 재배 라인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신기한 점은 비닐하우스 안에 벌통이 있다는 점이다. 벌통에 사는 벌은 딸기 꽃의 암술과 수술을 돌아다닌다. 인공적인 수정이 아닌 자연 수정을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양봉을 하는 것이다. 재배 기술의 발전과 벌을 통한 자연 수정 등의 노력 덕분에 양평 딸기의 당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양평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yp21.net, 031-770-2099)에서 ‘볼거리’ 중 ‘체험존’ 페이지를 열면 5월까지 딸기체험 농가(16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소리길 찾으며 힐링
양평에는 군을 대표하는 ‘물소리길’이 있다.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용문역까지 70여㎞에 이르는 도보여행길이다. 이 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총 5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원덕역에서 용문역까지는 물소리길 4코스가 이어진다. 딸기 체험을 한 뒤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총 6.2km로 그리 길지 않은 데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www.durunubi.kr)에 들어가면 모바일 앱을 통해 GPS를 다운로드해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안내 표지판이 잘 돼 있어 GPS 없이도 문제없다.

 

 

원덕역에서 내려 왼편 찻길로 접어들자마자 ‘논길로 가라’는 이정표가 있다. 실제로 경의중앙선 철길 아래 작은 도랑 옆으로 난 길이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지 않는다면 ‘정말 이런 도랑 옆으로 걷기 길을 냈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걷기 길 중에서도 이런 길은 드물 것이다. 기찻길에는 서울~강릉을 잇는 KTX가 지나기도 하는데, 순식간에 ‘쌩’ 하고 사라지는 급행열차와 ‘덜컹덜컹’ 소리 내며 느리게 가는 열차를 번갈아가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길은 물소리길이란 이름답게 연신 물가를 따라 이어진다. 남한강과 합류하는 흑천이다. 한겨울에도 졸졸 소리 내며 흐르는 개울이 정겹다. 물소리길은 이 흑천을 따라 용문역까지 이어진다. 길 중간 중간에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마을을 지난다. 길을 지나다 보면 마을마다 ‘구판장’이라는 작은 점방을 만나게 된다. 요즘 시골 점방들이 모두 편의점으로 바뀐 것에 비해 원덕역~용문역에 이르는 마을들은 이런 정겨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원덕역 인근 농가에서 딸기체험을 한 후 물소리길 4코스 길 순례를 마치면 용문역에 다다른다. 용문역 앞에는 용문오일장(5·10일)을 비롯해 몇 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또 식당, 분식 등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맛집이 여럿 있다. 이곳에서 여행을 마무리한 뒤 기차를 타고 들어오면 당일치기 여행으로 그만이다.

 

※ 외부 기고는 본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Visited 2 times, 1 visit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