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명화] 원시를 동경하다, 폴 고갱과 매독

<타히티의 여인들> 1891년 (출처: Wikimedia Commons)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신문사 정치부 기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프랑스 정치적 혼란기에 가족들과 페루의 수도 리마로 이주를 결심했다. 하지만 페루로 이동하던 중 그의 아버지는 심장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페루 리마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고갱의 가족은 프랑스로 돌아오지만, 어려워진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1865년 17세의 고갱은 선박의 항로를 안내하는 도선사가 되어 라틴아메리카와 북극 등 세계 곳곳을 누빈다. 1871년 그는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듣고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후에는 어머니의 친구인 구스타브 아로자가 소개해준 증권거래소에서 직원으로 일을 시작한다.

1873년 고갱은 덴마크 출신 메테 소피 가트와 결혼한다. 5명의 아이를 낳고 점차 안정된 생활기반을 갖추어가던 무렵 고갱의 관심은 미술품으로 향한다. 고갱은 주로 인상파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직접 그림도 그렸다. 1882년 프랑스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그의 직업도 영향을 받게 되자 고갱은 이듬해 전업 화가로 전향한다. 고갱은 부푼 꿈을 안고 화가가 되었지만 화가로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경제적 사정이 급속히 나빠져 날로 궁핍해져 갔다. 도시생활에 지친 그는 1886년 브르타뉴 퐁타방 지역으로 이주한다.

<황색의 그리스도> 1889년 (출처: Wikimedia Commons)

고갱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그는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형태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1889년 작품 <황색의 그리스도>를 보면 이러한 그의 기법이 잘 나타나있다. 그리스도의 얼굴과 손 부분이 특히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갈색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아래에는 세 명의 여인이 있다.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아래로 향한 시선에서 경건함이 느껴진다. 여인들의 일상에 언제나 신앙이 함께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다.

고갱과 반 고흐의 일화는 몹시 유명하다. 브르타뉴에 머무는 동안 고갱은 아를에 있는 반 고흐를 만나 우정을 맺는다. 고갱은 ‘공동 아틀리에’를 꿈꾸던 반 고흐와 아를의 노란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사고방식이나 작업 방식이 달랐던 두 사람은 자주 충돌했다. 다툼 끝에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던 날, 고갱은 아를을 떠나 파리로 향한다.

<아레오이 씨앗> 1892, <과일을 들고 있는 여인> 1893 (출처: Wikimedia Commons)

유럽 문명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고갱은 주로 아시아와 남태평양의 이국적인 풍경, 열대지방의 원시적인 생활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마침내 1891년 고갱은 원시적 순수를 꿈꾸며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으로 떠난다. 문명세계에서 벗어난 그는 소박하고 순수한 자연의 예술을 추구하고자 했다. 주로 밝고 강렬한 열대 풍경을 배경으로 건강한 원주민들을 그렸다.

<두 번 다시> 1897,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 1892 (출처: Wikimedia Commons)

고갱의 그림에는 상징주의 경향이 잘 드러난다. <두 번 다시>는 고갱이 딸 알린의 죽음을 겪은 후 그린 그림이다. 캔버스 중앙에는 한 여인이 침대에 누워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왼쪽 벽면에는 Nevermore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그림은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까마귀’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시인의 집 앞에서 까마귀가 불길하게 울어댄다. 그 울음소리가 시인의 귀에는 Nevermore로 들린다. 까마귀는 죽음을 암시한다. 침대에 누운 여인은 까마귀를 흘금거리며 죽음을 경계하는 듯하다. 창가에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인까지, 그림에서 왠지 모를 초조함이 느껴진다. 앞서 1892년에 그린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에서 비슷한 구도가 나타난다. 침대에 한 여인이 누워있고, 검은 망토를 쓴 유령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림 속 여인은 고갱의 14세 어린 아내 테후라이다. 고갱이 여행을 다녀온 어느 날 새벽,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어린 아내의 모습을 그렸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1897년 (출처: Wikimedia Commons)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는 고갱의 그림 중 규모가 가장 큰 작품이다. 이 그림을 그릴 무렵 고갱은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는 좌절감, 헤어나지 못한 가난, 매독과 같은 질병이 그를 괴롭혔다. 고갱은 이 그림을 완성한 후 자살을 시도하지만, 자살은 미수에 그쳤다. 그리고 1903년 심장마비로 삶을 마감한다.

폴 고갱이 앓은 매독은?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이다. 주로 성관계에 의해 전파되지만, 모체에서 태아에게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신체 장기 전반에 염증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매독(A53, 기타 및 상세불명의 매독)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년 1만 2,078명에서 2017년 1만 2,427명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약 3% 상승한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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