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분노 조절하기: 내 마음 속의 헐크를 길들이는 법

올해 5월, 군산의 한 주점에서 주인과 손님 간에 외상값을 둘러싼 시비가 방화로 이어진 사건이 있었다.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찰나의 순간 타오른 분노가 3명의 사망자와 30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에는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던 취객이 단돈 20원의 비닐봉투 값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실랑이 끝에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강력범죄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대부분 통제되지 않는 미숙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분노조절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3년 4,934명에서 2017년 5,986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경찰청이 발표한 ‘2016 통계연보’에 따르면 강력범죄(상해나 폭행, 폭력 범죄와 방화 등) 40만 8,036건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에 불만이 있는 ‘분노 범죄’가 35%(14만 5,754건)에 달했다. 건강한 자기주장은 사라지고, 순간의 충동에 이끌리는 행동이 만연해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분노로 병들어가고 있다.

마음 속 헐크를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까?
굳이 끔찍한 사건의 예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분노로 병들어가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비난조의 댓글이나, 갑을 관계 혹은 상하 관계에서 사소한 화가 부르는 위력에 의한 강제적 폭력 등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더라도,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화를 참지 못해 ‘저지르고’ 나서 후회했던 경험이 한번쯤을 있을 것이다. 분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감정 반응이란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지극 무의식적인 과정이며, 이를 건강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자신이나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 안에는 헐크가 살고 있다. 평상시엔 신사적이라도, 온건하게 다루지 못하면 마음 안의 이 녹색 괴물은 금세 포악해져 우리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내면의 헐크를 잘 길들일 수 있을까?

1) 분노 반응을 패키지(package)로 바라보자
슬픔, 분노, 불안, 우울, 좌절, 죄책…. 우리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감정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몸과 마음 전체에서 ‘경험되는 것’이다. 감정은 이러한 경험과 관련된 무의식적인 생각, 수반되는 행동, 신체감각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감정 반응 패키지’다. 분노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분노의 감정은 ‘이건 좀 부당하다.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와 같은 자동적인 생각과, 온몸이 경직되고 몸이 떨리는 신체감각, 그리고 언성을 높이거나 위해를 가하고 싶은 충동과 함께 나타난다. 감정은 뇌와 신체 전반을 아우르는 반응인 것이다.

감정은 이성의 힘을 빌어야만 비로소 길들일 수 있다. 감정을 관련된 반응들로 ‘분해해서’ 바라볼 수 있다면, 감정 반응에 이성의 힘이 깃들기 시작한다. 평소 자신이 자주 경험하는 감정과 관련된 반응들을 잘 관찰해보자. 최근 자신이 자주 화를 낸다면, 이 장면을 한 번 분석해보자. 감정이 일어나게 된 선행 사건은 무엇인가? 무슨 감정이 느껴졌나? 감정의 이름에 꼬리표를 다는 것 또한 감정의 영역에 이성을 작동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 당시의 신체감각은 어떠했는가?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는가?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생각을 잘 정리하고, 곰곰이 곱씹어보자. 또 노트를 펼쳐 적어보자. 분노가 터져 나왔던 순간을 반복적으로 복기할 수 있다면,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동일한 감정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즉각적인 행동화로 이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마음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한다. 이를 거리두기(distancing)라고 한다. 매 순간 자신과 거리를 두고 분노 반응을 들여다보는 연습은 뇌 안의 신경망 고속도로 위에 잠시 멈추어 쉴 수 있는 휴게소를 세우는 것과 같다. 과거에는 감정에 휘말려 저지르고 나서 후회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감정반응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감정 반응에 약간의 틈이 생겼다면, 더 건강한 반응을 선택하는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예전엔 분노가 느껴지는 순간 상대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인상을 썼다면, 분노와 그로 인한 반응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 행동화 직전에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위로가 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거나, 만족감을 주는 음식을 먹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분노가 느껴지는 순간, 자리를 떠나거나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을 하는 등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 무엇이라도 좋다. 자신이 겪었던 분노와 그 반응들을 잘 살피고,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행동들을 해나가는 것이 마음 안의 헐크를 잘 다루는 핵심이다.

2) 변화를 위한 감정일기(emotion diary)
자신의 감정과 그 순간의 감정 반응들을 살피고, 알아차리는 과정이 그리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을 터.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연습을 통해 훈습(working through)하는 것이다. 변화를 위한 감정일기(emotion diary)를 써보자. 잠들기 전, 스마트폰 메모 앱에 하루 동안 인상적인 감정 변화를 기록한다. 분노를 부추겼던 사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되짚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과 함께 나타난 생각, 신체감각, 그로 인한 행동들이 나타났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기록이 쌓일수록 자신이 쉽게 자극받는 상황, 감정 반응의 조짐을 좀 더 잘 알아차리게 된다. 또한 건강한 행동을 선택하는 여유가 생겨나게 된다. 감정일기를 쓰는 알람을 미리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해묵은 분노 – 분노의 뿌리를 잘 살펴보자
어떤 방법으로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해묵은 분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 분노로 인한 강력범죄들은 대개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깊은 분노의 뿌리를 지니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자주 분노가 터져 나온다면, 그리고 이로 인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반복된다면, 현재의 감정을 조절하려 애쓰기보다 뿌리 깊은 분노의 형성 과정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인물과 사건,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돌아보면 어린 시절 자신에게 충족되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과거의 인물들, 혹은 상황들에 대한 원망을 갖거나 스스로 죄책감을 짊어지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과거에 채워지지 않은 갈증은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이해하자. 왜 자신이 이토록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면,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마음 안에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작은 아이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자. 나 자신에 대한 위로와 공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영글 수 있다. 해묵은 분노를 털어내는 시작은 바로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과정은 꽤나 험난하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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