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을 만나다] “의사가 그리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 유진수 의사와의 만남

때론 빽빽하게 쓰인 글보다 한 장의 이미지로 명쾌하게 이해가 가는 순간이 있다. 이미지 한 장이 본문의 이해도를 높이고 가독성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는 복잡한 의학지식 또는 생물학적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유진수 의사는 외과 전문의이자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지닌 의학 지식을 ‘닥터단감’과 ‘그리닥’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Q. 유진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에서 임상강사로 일하고 있는 유진수입니다. 저는 저희 과 교수님들과 팀을 이루어 간부전이나 신부전 등으로 새로운 장기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장기이식 수술을 하고 또 이식 이후의 삶을 관리해 주는 보람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의학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닥터단감’이라는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정신의학신문에 시즌 1을 연재했었고 지금은 동아일보 건강면에 시즌 2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그리닥’을 운영하면서 의학 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Q. 진료과목 중에서 외과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합니다. 외과를 지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외과를 선택한 것은 생명에 대한 소명감 때문입니다. 외과는 적극적으로 몸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특히 이식외과는 가장 적극적으로 환자의 몸을 수술하는 곳으로, 외과 중에서도 어려운 분야로 손꼽힙니다. 신장이나 간이 나빠져 삶의 숨결이 끊어져가는 환자들이 누군가 기증한 장기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건강을 되찾아가는 환자를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장기이식 수술은 밤을 새워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술 자체도 힘들고 어렵지만, 이식 후의 삶을 관리하는 부분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더욱 동기부여를 느끼고 있습니다.

△ 유진수 의사의 옷깃에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의 배지가 달려 있다. 이식 사례가 많은 간과 심장을 캐릭터로 친근하게 구상했다. 캐릭터의 이름은 ‘간식이’와 ‘콩별이’다.

Q. 의료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레지던트 2년차 때였습니다. 간부전이 온 소아환자가 있었어요.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처음에는 뇌사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결국 엄마의 간을 이식받았는데 회복할 때까지 몇 달이 걸렸어요. 아이는 몸이 좋지 않다 보니 의식이 또렷하기 보다는 대부분 멍했고, 이야기를 걸어도 반응이 별로 없었죠. 하지만 이내 퇴원했는데, 시간이 지나 병원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얼굴은 낯이 익었는데,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어 나타났어요. 중환자실에서 보았을 때는 항상 힘이 없어 보였는데,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생기가 아니었어요. 교수님에게 장난치는 아이를 보면서 ‘이렇게 밝은 아이였는데, 그 고생을 했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기억이 항상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항상 그때의 경험을 담고 환자를 마주하려 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 질문할게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은 말 그대로 ‘의학 삽화’입니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는 의학에 관련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주로 논문 삽화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해부학과 같은 의학 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의학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협업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의사 엄마의 아토피 수업』이라는 책에 삽화를 그렸어요. 아토피는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난무하고, 치료가 쉽지 않은 만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나의 삽화마다 일일이 출처를 검색하며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넣고자 했어요. 이외에 의료 관련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그림 자료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 아토피를 알기 쉽도록 그린 책 『의사 엄마의 아토피 수업』과 닥터단감 캐릭터

Q. 의학도로서 의학 삽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병원에 근무하면서 부터였습니다.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죠. 수술동의서만 보더라도 글자가 빼곡하잖아요. 내용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독성이 떨어지죠. 그래서 이런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닥터단감’이라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닥’도 비슷해요. 의료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고 정확한 의학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의 전문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아직 꽤 있죠. 그래서 더욱 전문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해 ‘그리닥’을 만들었어요.

Q. 의사가 그리는 의학 삽화는 더욱 정확한 내용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의학 삽화를 그릴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의학 삽화는 ‘정확성’과 ‘표현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내야 하죠. 의사는 인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림으로 풀어내는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도 중요해요.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포인트를 잘 잡아내고, 그것을 그림에 잘 녹여내야 하죠. 궁극적으로 볼 때 그래야 독자들에게도 쉽게 전달될 수 있거든요.

Q. 의사로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식외과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고, 수술하고, 연구를 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이론적인 부분도 꾸준히 공부해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또한 그리닥을 꾸준히 운영하면서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 서비스를 보다 전문적으로 제공해나갈 예정입니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 학회 창립에도 참여할 예정이고요. 의학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제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에요. 닥터단감을 꾸준히 그려서, 좋은 건강 서적을 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건강나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닥터단감 만화에는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건강정보가 많이 실려 있어요. 정신의학신문에 연재했던 시즌 1은 질병에 관해 쉽게 풀어 낸 것이고요. 현재 동아일보에 연재하는 만화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건강관련 잡학 정보’를 만화와 과학적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칼럼과 함께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획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닥터단감 만화도 많이 사랑해주시고요(웃음). 의사들은 항상 환자분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치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의료인들이 항상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나래 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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