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명화] “당신의 영혼을 이해할 때 눈동자를 그릴게요”

아마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는 1884년 이탈리아의 작은 항구도시 리오르노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몸이 매우 약해 늘 잔병치레를 했다. 늑막염, 장티푸스, 폐결핵 등으로 고생하던 끝에 그는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딜리아니에게 그림은 병마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삶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모딜리아니는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공부한 뒤 1906년 파리 북부의 몽마르트에 정착한다. 몽마르트는 세계 각지에서 온 가난한 예술가들의 집합지였다. 당시 모딜리아니는 조각에 전념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조각 작업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회화로 방향을 바꾼다.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 1916년 (출처: Wikimedia Commons)

1916년 모딜리아니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 속 주인공은 연인이었던 비어트리스 헤이팅스이다. 그녀는 시인이자, 기자였다. 사랑하는 여인을 귀족처럼 여기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 친구들 사이에서 ‘국왕’이라고 불리던 모딜리아니는 그림의 제목에 루이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의 이름을 붙였다.

<고개 뒤로 양 팔을 엇갈린 채 누운 누드> 1917, <소파 위의 누드> 1916 (출처: Wikimedia Commons)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 인물은 모두 비슷하다. 긴 얼굴과 긴 코, 사슴같이 긴 목을 지니고 있다. 무표정하다. 텅 비어있는 눈동자는 우수에 찬 것 같기도 하고, 슬픔이 들어선 것 같기도 하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아하면서 고독하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1918~1919 (출처: Wikimedia Commons)

1917년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한 여인을 만난다. 잔 에뷔테른이다. 아담한 몸매를 지닌 그녀는 수줍고, 순진무구한 성격을 지녔다. 두 사람은 파리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됐다. 중상류층인 잔의 집에서는 그녀가 병약하고 유대인인 모딜리아니와 만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곧 첫째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극심한 가난으로 추운 겨울에도 집에 난로를 피울 수가 없어, 잔은 친정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럴 때면 잔이 그리운 모딜리아니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몇 시간이고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기다리곤 했다.

어느 날은 잔이 모딜리아니에게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모딜리아니는 대답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이해하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라고.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잔의 초상화에는 영롱한 푸른 눈동자가 빛나게 된다.

         

<잔 에뷔테른의 초상> 1919, <잔 에뷔테른> 1919 (출처: Wikimedia Commons)

부족한 살림살이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모딜리아니는 폐결핵으로 1920년,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눈을 감게 된다. 그리고 모딜리아니가 죽은 다음날 잔 역시 자신의 집 6층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한다. 그녀의 뱃속에는 8개월 된 아이가 있었다.

모딜리아니와 잔 에뷔테른 (출처: Wikimedia Commons)

두 사람은 함께 묘지에 묻히게 된다. 모딜리아니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884년 7월 12일 리보르노 생. 1920년 1월 24일 파리에서 죽다. 이제 곧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그 밑에 나란히 세워진 잔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잔 에뷔테른. 1898년 4월 6일생. 1920년 1월 25일 파리에서 죽다. 모든 것을 모딜리아니에게 바친 헌신적인 반려.”

모딜리아니가 앓은 폐결핵은? 
폐결핵은 결핵균이 폐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기침, 가래가 주된 증상이며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결핵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7만 2,169명이었다. 3년(2015년~2017년) 간의 통계를 보면 약 16.2% 감소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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