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을 만나다] “환자 맞춤형 서비스로 의료생태계 바꿔나갈 것”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와의 만남

A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B병원으로 옮겼다. 같은 진료를 받는데, A병원에서 했던 검사를 B병원에서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 의료기관 사이에서 정보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명백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이다. 불편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이러한 의료시스템을 ‘환자 맞춤형 진료’로 변화시킬 순 없을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누군가는 던져야할 질문이었다. 이은솔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고우균 공동 대표와 함께 메디블록을 설립했다. 소매를 걷어붙인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노트북을 휴대한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의사라기보다는 IT벤처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Q. 이은솔 대표님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메디블록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솔입니다. 저는 의사와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두 가 지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특기자로 과학고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후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고요. 의사이지만 이과적인 배경을 지닌 탓에 항상 ‘공학과 의학을 융합하면 더욱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저와 비슷한 배경을 지닌 고우균 대표와 고민 끝에 의기투합해 만들어 낸 것이 메디블록입니다.

△이은솔 대표가 영상의학도로 근무하던 당시

Q. 메디블록을 설립하게 된 계기와, 메디블록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릴게요.
메디블록은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지향합니다. 기존에 공급자 중심이었던 의료정보를 환자 개인이 소지할 수 있도록 돌려주자는 것입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될 경우, 같은 검사를 중복해서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왕왕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현재 의료시스템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인식했으니 이제 목표는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교환하고, 또한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우균 대표와 일주일에 1~2차례 만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했습니다. 문제는 ‘의료기관에 있는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는데, 다방면의 지인들에게 조언을 얻던 중 해답을 찾았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기술에 접목해보니, 우리가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Q.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릴게요.
의료정보는 환자의 개인건강기록이 담겨있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입니다. 각 병원과 환자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성과 신뢰성, 투명성이 필수 요소입니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블록체인 기술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앙 서버 없이 블록 단위의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정보를 분산해서 처리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해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죠. 또한 거래 때마다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조해 정보의 위변조도 어렵습니다.

Q. 내년 1~2월 중 선보일 예정인 ‘약올림’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해주세요.
약올림 어플은 환자가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찍어 올리게 함으로써, 환자 자신의 복약 정보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환자가 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복약지도 알림 기능은 물론 본인인증을 거쳐 암호화폐로 보상받을 수 있어요.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구상해낸 것은 환자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추후에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환자가 찍어 올리는 과정 없이 처방전이 어플에 바로 입력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Q. 약올림 어플이 환자와 병원에 각각 어떤 이점이 있는지요?
당뇨로 예를 들어볼게요. 당뇨 환자는 혈당 관리가 중요합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액 검사를 하는 것은 물론, 평상시에도 집에서 자가 혈당 측정기를 이용해 직접 혈당을 측정합니다. 이때 약올림 어플이 병원과 환자 양쪽의 데이터를 연계해 통합·관리하는 중간점 역할을 합니다.

결국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이점이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진료받은 의료정보와 어플에 꾸준히 기록해온 신체상태를 약올림 어플에 모아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병원을 옮길 일이 생기면 서류를 챙기거나 검사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어져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의료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내원하기 이전의 의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혹시 모를 의료사고에 대비할 수 있고요. 끊임없이 생성되는 환자들의 방대한 데이터가 하나의 장소로 집약되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심화시키면 맞춤형 정밀의료 또한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것의 수혜는 다시 환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고요.

Q. 서울대학교 병원, 가톨릭 성모병원과 연계해 수행 중인 정부과제는 무엇인가요.
대학병원들이 선도적으로 개인의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의료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한발 더 빠르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디블록은 정부과제를 두 가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분당 서울대병원이 주축이 되어 저희가 말하는 개념을 연구망을 통해 증명하는 것입니다. 저희 프로젝트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으로, 5~6개 병원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톨릭 성모병원의 빅데이터 구축과 개인 건강기록 플랫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메디블록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기업 철학은 무엇인가요?
의사와 환자는 점차 동등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환자의 의료정보는 병원이 독점적으로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요구할 경우 종이나 CD형태로 전달받게 되지요. 저희는 그러한 의료정보 관리 권한을 환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환자 중심의 의료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회사의 가장 큰 비전이자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Q. 환자의 권리를 높이려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가 흘러가야 할 방향이고요. 저희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집단이다 보니 의료계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환자에게 자신의 의료정보를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료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저희가 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고요. 서울대병원같은 경우 국내 빅5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큰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동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이번에는 개인적인 질문을 여쭐게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과정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해요.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작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사람들을 데려오는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 꾸준히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데려오려는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이후에는 그의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이 스타트업으로 올 때에는 가족의 동의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본인과 가족을 만나 그렇게 몇 개월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 때문에 ‘그 회사 괜찮은 거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연기된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힘들었던 과정을 이겨내는 과정도 결국 사람들이었습니다. 고우균 공동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내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했습니다. 함께 다짐도 했고요. 외부 인물들을 만나서 조언도 얻고 힘을 얻었습니다. 사람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 역시 사람들이었습니다.

Q. 인간관계는 참 좋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함께 이겨낸 공동대표와 직원들에게 한 말씀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의사로서 일을 하면 대부분은 의사를 중심으로 팀을 이루고, 의사의 능력에 많은 부분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는 다릅니다. 한 배에 탄 사람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갖고 똘똘 뭉쳤을 때 가장 큰 에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움직이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계속 노력한 덕분에 지금까지 위기를 헤쳐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팀워크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그런 팀워크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마지막으로 건강나래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병원에 많이 가보지 않은 젊은 분들은 의아해해요. “어, 병원을 옮기면 내 정보가 당연히 옮긴 병원으로 공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내가 원하면 내가 진찰받은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게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다른 IT업계에서는 이미 그런 일들이 당연시 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병원에 자주 가시는 분들은 그런 서비스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점에 불만을 갖습니다. 저희 플랫폼이 그러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1년 혹은 2년 안에는 이제까지 겪었던 불편함이 점차 해결되어가고,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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