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마음에도 실체가 있을까? 예로부터 인간의 마음과 정신은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마음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과 연관되어 있지만, 그 실체가 없기 때문에 쉽게 다루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가장 숭고하고 귀중한 영역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마음의 작동원리를 밝히기 위한 노력
인류가 인간의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한 발자국 다가서게 된 계기는 의학의 발전 덕분이었다. 마음이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에 기인하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들이 약 천억 개의 뇌세포 간에 일어나는 신호전달의 결과라는 것을 과학을 통해 조금씩 밝혀낼 수 있었다.

마음의 ‘작동 원리’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 인류는 마음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사용하거나,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기계장치로 마음을 통제하려 했다. 뇌의 특정 부위를 수술한 강박 증상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시도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뇌를 수술하는 방법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많았다. 항우울제는 여전히 플라세보(placebo, 위약)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의 효과를 거둘 뿐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은 단순히 뇌와 신체를 아우르는 생물학적 요소만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은 생물학, 행동과학, 심리학적 요소들이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총체에 가깝다.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를 더듬으며 코끼리의 모습을 추측하는 것처럼 아직 우리 인류는 마음의 일부 윤곽만을 바라보며 정의내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저 흘려보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이처럼 마음은 실체가 없고, 그 깊이 또한 헤아릴 수 없다. 상대와 마주하는 순간에도 상대의 마음에 어떤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내 마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또한 느끼고 행동한다. 우리 삶과 나의 마음은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함이다. 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상대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로 번져나간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건강한 삶이 아닐까.

신라 시대의 고승인 원효 대사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원효는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에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잠결에 마셨던 달고 시원했던 물이 실은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원효는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기 나름(一切唯心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여기에 마음의 역할이 있다. 마음은 우리 삶을 다채롭게 빛내줄 프리즘일 수 있고, 또한 온통 암흑으로 보이게 할 색안경일 수 있다. 우리 삶은 곧 마음을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식 : 인지모델 (cognitive model)
그럼,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통찰하는, 즉 자신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심리상담이다. 심리상담은 자신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삶에 드리워진 마음의 흔적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음을 좀 더 효율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공식을 소개한다. 바로 인지모델(cognitive model)이다. 인지모델은 인지치료의 창시자인 아론 벡(Aaron T. Beck)이 인간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단순화해 치료에 적용한 모델이다.


(그림: 신재현)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가 내 인사를 본체만체 지나간다. 마음속에 화가 들끓을 것이다. ‘네가 감히 날 무시해?’ 그 다음부터는 그 친구를 일부러 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풀어보자. 만약 가족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친구가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친구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분노는 미안함으로, 회피하는 행동은 친구를 향한 위로로 바뀔 것이다. 친구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상황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결국 ‘상황’과 ‘반응’ 사이에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얇은 막’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것을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라고 한다. ‘자동적’이라는 말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머릿속에서 상황에 대한 해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마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상황에서 이러한 반응을 만들어낸 자동적 사고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의도치 않은 감정적, 행동적, 생리적 반응만을 남겨둔 채 말이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분이 갑자기 불편해질 때, 다른 행동을 취해 피하려 하지 말자. ‘왜 기분이 불편해졌는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단 몇 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분이 요동치는 날엔 상황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차분히 헤아려 보자. 평소보다 큰 폭의 기분 변화는 대개 자동적 사고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알아차림(awareness)의 과정이다. 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난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내 마음, 그리고 정신건강
결국 우리 마음의 열쇠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 지금 자신에게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면 ‘내가 상황을 왜곡해 받아들이고 있진 않은지’ 잠시 생각해보자. 시간이 허락한다면 노트를 앞에 펼쳐놓고 도표를 그려보자.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 그에 대한 생각, 자신에게 일어난 반응 등을 말이다. 기록은 우리의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방법이다. 자신을 관찰하고 객관화할 수 있다면, 조절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제력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각자 나름의 우주를 품에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우주, 즉 우리 마음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매순간 우리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 마음이 대강 어떤 상태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꼭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삶의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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