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의 노트] 순천에서 만난 황금빛 갈대의 향연

한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다. 조용한 풍경 속 하나의 점이 되어 무작정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장소를 찾고 있다면, 순천이 제격일 것이다. 드넓게 펼쳐진 자연에 닫혔던 마음이 탁 트인다. 황금빛 갈대에 시선을 빼앗기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철새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져 온다.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순천만 국가정원이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조성된 곳이다. 박람회 폐막 뒤 2014년 4월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영구 개장, 이듬해 9월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국가정원 개장 당시에는 ‘예산 낭비’라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고 한다. 34만 평이나 되는 이곳의 넓은 부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곳은 개장 이후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며 순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찾아야 할 관광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계절이 무르익었다. 나무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옷을 갈아입었고, 바람결에 이름 모를 풀들이 춤을 추듯 흔들린다. 호수 수면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눈부시다. 정원은 비록 인간이 작의적으로 만든 풍경일지라도 충분히 다채롭고 아름답다. 순천만 국가정원에는 나무 505종 709주와 꽃 113주 315만 본이 식재되어 계절의 변화를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둘러본 후 모노레일 ‘스카이 큐브’를 타고 순천만 습지로 이동할 수 있다.

순천만 습지
습지는 우리가 흔히 ‘늪’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늪은 수심 3m 이하의 물웅덩이를 말한다. 순천만 습지는 해안가에 위치한 ‘연안 습지’다. 160만평의 갈대밭과 690만평의 갯벌로 이루어져 있다. 그 규모가 광활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튼튼한 다리와 편안한 신발이다.

이맘때 순천만 습지는 갈대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대로 황금빛 갈대가 일제히 흔들린다. 갈대, 위태로운 줄기 위로 하얀 잔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줏대 없는 사람을 두고 ‘갈대 같다’고 칭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비록 줏대는 없어 보일 지라도, 갈대는 환경에 이로운 식물이다. 갈대 뿌리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수질 정화 기능이 있어 순천만 갈대밭은 수질이 깨끗하다. 토사와 유기물도 풍부해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희귀 조류들이 이곳에서 월동한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철새 230여종이 순천만 습지로 날아든다. 드넓게 펼쳐진 이곳을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에서는 들을 수 없는 낯선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드라마 촬영장
다음으로 찾은 곳은 순천 조례동에 있는 드라마 촬영장이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시대별로 마을을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영화와 드라마들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화 <그 해 여름>, <님은 먼 곳에>, <허삼관>과 드라마 <사랑과 야망>, <자이언트>, <제빵왕 김탁구> 등이다.

거리에는 극장부터 구멍가게, 사진관 등 옛 풍경이 재현되어 있어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960~8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그 이후 세대에게는 당시의 거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된다. 거리 곳곳에서 옛 교복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추억의 시간으로 회귀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즐거움이 가득하다.

청춘창고
순천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청춘창고’를 찾았다. 50년 가까이 양곡창고로 쓰던 건물을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꾸몄다. 그래서인지 건물 외관에 ‘농협’이라고 쓰인 간판이 아직도 있다. 오래된 외관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생기가 흘러넘친다. 분주한 청년들의 모습이 보이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1층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2층에는 각종 공예매장이 늘어서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공연도 펼쳐진다.

과거 쌀을 보관하던 양곡창고가 이제는 청년들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청춘창고에는 청년들의 청춘이 오롯이 담겼다. 청년들이 발산하는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다.

저물어가는 계절,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여행할 곳을 찾는다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 도시 전남 순천이 어떨까? 사계의 변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즐거움과 재미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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