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을 만나다]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길” 남경애 약사와의 만남

벼랑 위에 서 있으면서도 그곳이 벼랑인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마약’ 문제가 바로 그렇다. 국제적인 마약류 사범 검거 수치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안전한 숲속에 있지만, 우리나라의 증가 수치만 놓고 보면 계속해서 벼랑으로 달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남경애 약사는 이런 위험을 먼저 감지한 사람 중 하나다. 그는 2015년부터 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로 활동하며 지난 여름에는 마약류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 『드럭 어딕션(DRUG ADDICTION)』을 출간하기도 했다.

Q. 안녕하세요, 약사님. 마약퇴치운동 강사로 활동하고 계신 요즘의 일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10여 년 동안 약국을 운영해 오다 작년에 정리하고 지금은 크게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와 ‘약바로쓰기운동본부’, 두 개의 단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습니다.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는 마약류 사범의 재활 강의 및 일반인들의 중독성 약물 오남용 교육을 합니다. 약바로쓰기운동본부에서는 일반 약물 교육을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두 단체에서 의뢰받은 강의를 진행합니다. 이는 제가 근무하는 ‘힐링샘’의 근무 시간이 탄력적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힐링샘은 보건 선생님을 위한 의약품 도매상입니다. 저는 주로 복약 지도와 약품 상담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약국을 운영하시다 마약퇴치운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계셨나요?
아니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다른 곳에 관심을 둘 틈이 없었습니다. 제 아이만 착하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러다 2015년 말에 경기도 마약퇴치운동본부 김이항 본부장님의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주제 강의였는데 재능의 사회 환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약사님은 처음이라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강의를 통해 마약퇴치운동본부라는 단체를 알게 됐습니다. 약사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 중 가장 주체적인 활동이란 생각에 강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인천지역 자활센터에서 중독 예방교육 강의 중인 남경애 약사

Q. 마약퇴치운동본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한국 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92년에 설립된 비정부기구(NGO)입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12개의 지부를 갖고 있고, 미국과 중국에도 지부가 있습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라 운영됩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는 마약 문제를 크게 두 단계로 관리합니다. 국가에서 중앙 기구를 통해 관리 가능한 상태와 국가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태가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약류 사범이 꾸준히 증가해 국제 마약 청정국의 기준인 마약류 사범 14,000명을 넘겼지만 아직은 국가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청정국 이미지가 강한 캐나다에서 마약 합법화를 선언해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을 ‘퇴치’가 아니라 ‘합법화’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우려가 됩니다.

Q. 캐나다와 더불어 태국도 현재 아시아 국가 최초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많은 국가에서 마약을 합법화하는 추세임에도 우리나라가 지금의 기조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마약을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마약류 사범의 수가 국가기구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마약을 합법화하고 캠페인과 재활, 치료 사업을 확장하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마약류 사범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아직 통제 정책이 유효한 거죠. 특히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규제가 필요합니다. 매체에서도 마약을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로 사용하는 것을 중지해야 합니다. 관련 사건이 있어도 해당 마약의 정확한 명칭을 표기하는 것도 자제해야 하고요.

Q. 유학이나 해외여행 등으로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 게 사실이죠. 국가적인 통제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경각심을 갖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맞습니다. 마약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잘 모르다 보니 마약류에 대한 인지가 추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막연히 ‘세상의 가장 큰 쾌락’이라는 착각을 갖고 계신 분도 있고, 사회 지도층의 레저 문화라는 왜곡된 인식을 가진 경우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마약은 한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끊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실제로 마약류 사범들의 끝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약물 중독의 부작용인 정신 이상, 심장마비, 자살로 삶을 마감하거나 범죄에 연루돼 죽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요즘 마약에 대한 경계가 특히 요구되는 계층은 20대 여성입니다. 마약류 사범 집행유예 교육을 나가면 젊은 남성들이 범행을 목적으로 마약류를 구매하다 잡힌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마약류 사범 대부분이 남성이었는데, 최근 3년 사이에는 여성 마약류 사범의 수가 증가했습니다. 남자친구가 준 다이어트 약이 알고 보니 마약이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준 것이니 더더욱 의심하지 않았던 거죠. 또 유학생이나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중독성 약물 예방 교육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 마약류 사범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대부분 감옥에 갑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들은 다시 약에 빠집니다. 심한 중독자의 경우 환각 상태로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약을 더 사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건 일부입니다. 보통의 마약류 사범들은 타인을 해코지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망칠 뿐이죠. 그러니 더 나빠져 심각한 범죄에 내몰리기 전에 감옥 대신 재활치료센터로 보내 약을 끊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22개의 마약 재활치료시설이 있지만 국가 예산 부족으로 실제 치료감호를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2017년의 치료감호 대상자는 겨우 16명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치료보다 처벌을 우선한 것이죠. 그마저도 예산 문제로 한두 달 정도밖에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마약 중독자가 치료되는 기간은 최소 6개월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마약청’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Q. 우리나라에 마약청을 설립하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충분한 상태인가요?
사실 길러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의 이재규 본부장님이나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의 김이항 본부장님, 저희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의 김용구 본부장님 등 이 분야의 선구자들이 있으니 그분들을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나가면 충분히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키워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지금은 물리적 거리를 보완할 방법이 많이 있으니 저를 비롯해 지방에 있는 활동가들도 함께할 수 있을 테고요.

Q. 이번 인터뷰 덕분에 추상적이던 마약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건강나래>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마약은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특히 다이어트 약이나 수면제도 향정신성 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됩니다. 처방이 필요한 경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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