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투어]맛있는 추억이 쌓이는 골목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도심 속 사람들은 크고 높은 반듯한 건물들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래서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 역시 각진 빌딩처럼 인색해지고 마음엔 여유를 둘 자리조차 없는 듯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엔 갑작스러운 더위로 몸도 마음도 늘어지기 쉽다.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왔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어보자. 스트레스 해소엔 걷는 것만큼 좋은 약도 없다니까. 지난 주말에 둘러본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세종마을’의 모습을 전한다.

 

세종마을. 이름 참 독특하다. 세종대왕과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걸까? 그렇다.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이 종로구 통인동이다. 이 동네는 경북궁 서쪽에 자리해 서촌이라 불린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마을 초입에 자리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이다. 가지가지 뻗어있는 골목마다 음식점들이 까치집처럼 둥지를 틀고 있다. 하나같이 특색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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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는 금천교 시장이 있던 자리다. 약 4년 전만 하더라도 이 자리엔 각종 채소와 과일을 파는 상점, 방앗간, 철물점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먹거리도 백반과 분식류 일색이었다. 지금은 멋스러운 카페와 베이커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각종 퓨전 음식점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시장 업주도 상인 중심에서 청년창업가 등으로 다양해졌다. 퇴근 시간과 주말이면 200여m의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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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의 멋은 재래시장의 옛 정취와 세련된 음식점들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골목엔 1970년대의 낡은 상점과 고춧가루를 빻고 떡을 쪄내는 방앗간이 여전히 문을 열고 있다. 구멍가게의 담배 팔던 작은 창도 옛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그 맞은편엔 수제 맥주 전문점이, 양옆으론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작은 공방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옛 상점이 현재와 어깨를 맞대고 빈티지 골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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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거닐다보면 거리의 악사도 만날 수 있다. 다소 서투르지만 열정 넘치는 아마추어 밴드 음악은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관객들로부터 신청곡도 받으며 넉살 좋게 공연을 이어나간다. 주말이면 골목 어귀는 자유로운 버스킹 공연장이 된다. 작은 골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세종마을의 매력이 완벽히 살아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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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골목이 익숙해질 즈음 어둠이 내린다. 먹자골목은 밤이 되자 더 휘황한 빛을 발한다. 양복 차림의 남성들과 가족단위의 나들이객, 가벼운 옷차림의 동네주민 그리고 젊은 청년들이 한데 어우러져 삶을 이야기한다. 집집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흥에 겨운 이의 노랫소리도 들린다.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맛있는 추억들이 골목 안에 한켜 한켜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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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 맛보기

#. 커피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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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의 사랑방과 다름없던 카페 ‘커피한잔’이 세종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녹이 슨 간판에 ‘커피한잔’이라는 글귀가 무심하게 적혀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피아노 선율이 귓가를 두드린다. 목조바닥은 삐거덕 소리를 낸다. 삐뚤빼뚤 쓴 글씨와 달걀판을 모아서 붙인 조명, 수많은 LP판까지 독특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머물게 한다. 숯불로 로스팅한 원두는 깊고 은은한 커피 맛을 낸다.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등 다양한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즐길 수 있다. 단, 테이크아웃은 안 된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1-6)

 

#. 청년 장사꾼 감자집(구. 열정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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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오백 한 잔 나왔습니다!” 먹자골목을 들어서면 유독 시끌벅적한 가게가 눈에 띈다. 이름하야 청년 장사꾼 감자집. ‘열정을 만나면 정열이 솟는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감자와 열정을 파는 청년 장사꾼들이 모여 있다. 주 메뉴는 감자튀김. 크기는 M/L/XL로 선택이 가능하다. 손이 큰 청년들 덕에 M을 주문해도 L 크기의 감자튀김이 나온다. 시원한 크림맥주, 상큼한 유자맥주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24)

 

#. 서촌계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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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의 명물. 밤이면 조르르 앉아 회포를 푸는 직장인과 지역민들로 발 디딜 곳 없다. 전국 각지의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맞은편 체부동 잔칫집, 안주마을과 함께 3대 대폿집으로 꼽힌다. 낡고 낮은 천장, 옆 테이블의 이야기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협소한 자리지만 늘 손님이 많다.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에는 가야 줄서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11-1)

 

#. 해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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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먹자골목이 부담스럽다면 혹은 어릴 적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손칼국수 맛이 그립다면 해뜰면을 찾으면 된다. 전복해물칼국수, 자연송이칼국수 등이 인기가 좋다. 적당히 도톰한 면발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주인장에게 반죽 비법을 묻자 ‘정성껏 많이 밀면’ 된단다. 같은 반죽을 사용한 손만두 역시 감칠맛이 살아있다.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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