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작가 배순탁의 뮤직토크]
엄청나게 고요하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폭풍 같은 스케줄에 눈코 뜰 새가 없는 요즘이다. 음악 한 곡 들으면서 좀 쉬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짬을 내서 음악을 통해 치유 받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분들을 위한 나만의 리스트를 공개해본다. 부디, 이 음악을 통해 푹 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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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rs in Heaven / Eric Clapton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1960년대부터 활동한 ‘기타의 신’. 1990년대에 들어서도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그는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당시 네 살에 불과했던 외아들 코너(Conor)가 53층 아파트에서 발을 잘못 디뎌 갑작스럽게 추락사하고 만 것. 이후 에릭 클랩튼은 슬픔의 나락에 빠졌고, 다시 마약과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의 재기는 영영 불가능할 것으로 단언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에릭 클랩튼은 다시 기타를 잡았다. 음악으로 자신을 치유하기로 하고 작곡에 몰두, 아들을 기리는 명곡 ‘Tears in Heaven’을 만들어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 곡으로 그는 199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총 3개의 트로피를 수상했고, 전세계에서 격찬이 이어졌다. 그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모두, 음악이 지닌 위대한 치유의 힘 덕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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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in the Sun / Weezer

끝이 없는 앨범 홍보. 장기간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녀야 하는 지옥 같은 투어 일정. 이렇게 고된 스케줄에 지친 팝스타들이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그 숫자만큼이나 가지각색이라고 한다. 개인 비행기로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스팅(Sting). 가족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마돈나(Madonna). 집에서 혼자 책 읽기를 즐기는, 방콕 스타일의 벤 폴즈(Ben Folds) 등등. 그런데 이 가수는 휴식기간에 반드시 아름다운 섬을 방문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바로 록 그룹 위저(Weezer)의 리더 리버스 쿠오모(River Cuomo). 섬 여행이 취미인 리버스 쿠오모는 어느 날 지중해의 한 섬에 휴식을 취하러 갔다가 섬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단숨에 노래를 작곡하게 된다. 휴식을 취하러 갔다가 오히려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된 셈. 그런데 이 곡,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더니 결국 지금까지도 위저 밴드의 대표 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휴식은 이렇게 때로, 위대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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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박기영 & 호란

모두들 휴식 취하고 싶거나 치유 받고 싶을 때 듣는 노래도 제각각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심지어 플레이리스트가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장 자주 듣는 노래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곡이다. 박기영과 호란이 ‘따로 또 같이’ 부르는 이 듀엣곡은 여성 하모니의 어떤 절정을 들려준다. 일단 ‘동행’이라는 제목부터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동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곧 휴식과 치유의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이 곡을 감상하면서 나는 휴식을 취하고 자그마한 위로 하나를 받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끼면서 동행하고 싶은, 그런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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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거야 / 서영은

힘들고 지칠 때마다 가끔씩 이 노래를 찾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목처럼 ‘웃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웃음에도 어느 정도 강제성은 필요하다고 믿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닌, 웃어서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휴식과 치유가 절실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냥 일단 웃어보는 거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니 부디 이 곡을 듣고 억지로라도 한번 씩 웃어보길 권한다. 어느새 약간이나마 치유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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