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지친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보양음식

 

에어컨도 없고 시원한 얼음도 없던 저 먼 옛날, 무더운 날씨는 사람들에게 있어 재앙과도 같았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논밭일을 하다 보면 더위를 먹는 일이 다반사였고 심하면 쓰러져 죽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맹렬한 여름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 날짜를 정해 양기를 북돋아주는 보양음식을 챙겨 먹었다. 우리가 보양음식을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다른 나라에는 어떤 보양음식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무더위를 버텨내기 위한 지혜, 삼복(三伏)의 유래

여름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가을이 태동하고는 있지만 여름의 기세에 눌려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는 시기를 삼복(三伏)이라 한다. 그래서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의 세 날에 엎드릴 복(伏) 자를 쓴 것이다. 이 세 날은 아직은 가을 기운이 꼼짝도 못하고 엎드리고 있는,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다. 삼복만 지나면 이제 가을이 올 테니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말고 더위를 잘 이겨내라는, 자연에 순응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다. 초복은 대략 양력 7월 11일부터 19일 사이에 오고, 초복으로부터 열흘 뒤가 중복, 그로부터 다시 열흘 뒤가 말복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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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는 수분이 땀으로 배출되고 또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 차가운 음식을 찾기 때문에 우리 몸의 표면은 뜨거워지는 반면 속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진다. 이렇게 허해진 속의 양기(陽氣)를 채워주기 위해 복날에 보양음식(補陽飮食)을 먹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특히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의 여름에는 음식도 자칫 상하기가 쉬워 식중독의 위험 또한 높다. 그렇기에 상한 음식, 차가운 음식 등으로 여러모로 고생하는 우리의 속을 달래주고 보해주는 보양음식을 섭취하게 되었다.

 

 

 

현대인과 보양식

이와 같은 이유로 먹게 된 보양음식들이 다양한 형태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보양식으로 여겨졌던 개장(狗醬, 보신탕)은 요즘 들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 대신 대중적인 맛의 삼계탕이 사람들의 여름 몸보신을 책임지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기후가 유사한 일본과 중국에서도 여름에 보양식을 챙겨 먹는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의 문턱이 자유롭게 개방되면서 세계 각국의 보양식들도 여럿 접할 수 있게 되어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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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지금은 영양 과잉 시대이다. 온종일 밭에 나가 김을 매던 예전에 비하면 현대인들의 칼로리 소모량은 크게 감소했다. 학교, 회사 등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아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면 보양음식으로 거하게 차려먹는 관습이 남아 있어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양식은 고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오히려 영양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잦다. 활동량이 부족한 사람은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으며, 위에 부담을 주는 너무 차가운 음식을 기피하는 정도의 작은 주의만으로 충분히 여름철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하지만 보양음식을 먹는 게 꼭 이런 영양상의 이유뿐만은 아니다. 푹푹 찌는 여름에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도 축 늘어져버릴 수 있으니, 한 끼 정도만 그런 든든한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면 건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긴 여름을 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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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우리나라의 보양식

지금 우리나라의 보양음식은 삼계탕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삼계탕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삼계탕은 1960년대 수삼이 대량 재배되고, 한국인들의 육식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중국에서부터 유래된 개고기탕, 개장(狗醬)을 가을 기운을 품고 있다 하여 오랫동안 보양식으로 먹었고, 이 개장에서 개고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고기를 넣어 조리한 것이 육개장(肉狗醬)으로 변형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여름이 제철인, 뽀얀 국물이 보기만 해도 몸에 좋을 것 같은 민어탕 역시 궁궐과 반가에서 귀한 보양식으로 섭취되어 왔으며 남해안 지방에서는 장어탕으로 원기를 돋우기도 했다. 그 외에 팥죽 또한 미신적인 이유로 복날이면 널리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의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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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를 사랑한 일본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중복과 비슷한 시기에 토용축일, 도요노우시노히(土用丑の日)라는 날이 있어 전국적으로 장어를 먹는 풍습이 있다. 토용은 오행의 흙을 가리키는데, 흙은 오행 중에서 각 계절 사이의 간절기를 뜻한다. 즉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기 전 가장 더울 시기 중 축일, 즉 소의 날에 장어를 먹는 것인데 일본어에서 소(うし, 우시)와 장어(うなぎ, 우나기)가 같은 글자로 시작하기 때문에 소의 날에 먹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유래를 살펴보자면 에도시대(1603~1867)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늦가을에서 초겨울이 제철인 장어는 여름에 맛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았다. 그러다 한 장어 상인이 당시의 유명한 석학 히라가겐나이(平賀源内)에게 이에 대해 상담을 하자 히라가겐나이는 오늘이 소의 날임을 가게 앞에 게시해두라고 조언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소와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장어를 먹으면 더위에 지지 않는다’고 여기며 장어 가게를 찾았고, 지금까지도 이 날에는 장어를 먹는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보양 재료 총집합, 중국의 불도장

중국에는 불도장(佛跳裝)이라는, 몸에 좋은 수십 가지의 재료를 모두 넣은 음식이 고급 보양식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청나라 황실의 만한전석(滿漢全席)에도 올랐고 지금도 국가원수 급의 귀빈들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대접하는 요리로 귀한 취급을 받고 있다. 닭고기, 해삼, 전복, 상어 지느러미, 인삼, 송이버섯 등 귀하고 몸에 좋다는 재료는 대부분 들어가며, 이 재료들을 하루에서 이틀 정도 푹 고아 국물을 통해 각 재료의 영양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게 한 요리이다. 영양은 물론이고, 그 맛과 향은 불도를 닦는 스님(佛)도 참지 못하고 담장을 뛰어넘게 된다(跳裝)는 요리의 이름만큼이나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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