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투유] 기, 승, 전, 도서관으로 끝나는 그녀의 인생,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

 

수많은 책이 가득하고 자리에 앉아 책 읽는 사람들이 보인다. 분명 도서관이 맞는데, 조금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이러한 생소한 풍경의 도서관, 바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느티나무도서관이다. 동네 조그마한 사립 문고에서 남부럽지 않은 규모의 공공 사립 도서관을 개관하고, 남다른 운영 방식으로 이를 10년 이상 이끌어온 박영숙 관장을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용인 수지에서 느티나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 및 도서관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박영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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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서관을 개관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도서관을 개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정생활을 하고 지냈습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돌이 되기 전 수지로 이사를 왔죠. 도서관을 개관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했던 모든 일들이 도서관을 개관하기 위한 준비였던 것 같아요. 그간의 경험들이 도서관 운영에 굉장히 도움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대학시절 부전공으로 사회복지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방과 후 공부방에 다니면서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함께 놀아주는 활동들을 했었어요.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싸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서비스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했었죠.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동네에 누구나 올 수 있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책이 있는 공간으로요. 책으로 둘러 싸인 곳에서 이웃들과 만나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주부들도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것이 도서관 개관으로 실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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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느티나무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2000년에 도서관을 처음 열고 2003년에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재단을 만들게 된 계기는 도서관을 만들어 놓고 보니 도서관의 가능성이 기대 이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도서관은 수익이 있는 사업이 아니라, 계속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이었죠. 그래서 재단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사비를 내는 것은 물론,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서 후원 이사회를 꾸렸어요. 그분들께서 달마다 어느 정도 후원금을 내주셨죠. 고액 후원자뿐만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조금씩 후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도서관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다른 도서관과 다른 느티나무도서관만의 장점을 말씀해주세요.

기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강좌 형식의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않는 것이 저희 도서관의 특징입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 자체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책 선정, 대출의 과정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모두 프로그램인 것이죠. 또한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방적인 강의 방식이 아니라 참여자가 모두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책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고, 꿈꾸고, 활용하는 그 모든 것은 자기 스스로가 주체가 됩니다.
프로그램 중 한 예로 낭독회가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청소년, 성인들은 한 권의 책을 무작위로 선정해 누구나 낭독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독서는 굉장히 사적인 행위인데, 이것을 사람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으면서 소통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책을 보는 시선이 다양해지고,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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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희 도서관은 운영비가 넉넉지 않은 대신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적인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어요. 공간 배치나, 책 분류 등을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할 수 있죠. 책 분실 방지를 위한 도난 방지 시스템이 없는 대신, 커피 머신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에 음료를 쏟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제한하는 도서관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저희는 음료는 물론, 간식 반입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저희가 시도한 부분이 성과를 냈을 경우, 다른 공립 도서관에서도 저희를 사례로 삼아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Q 수지구에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그리고 마을에 도서관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도서관을 개관하기 전에는 용인에 도서관이 단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도서관이 생겼을 때 주민들이 굉장히 반가워했습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방문해서 얼른 다른 도서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도서관이 반가웠던 이유는 먼저 수지라는 지역이 갑자기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개개인의 삶이 중시되고, 삭막해지기 시작했어요. 마을이라는 개념이 사라져가지 시작했죠. 그런데 도서관이 생기면서 어머님들이 아이들의 고향이 생긴 것 같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다시 마을이 생긴 것 같다면서요. 그리고 본인의 삶에 급급해하던 분들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유를 갖기 시작했죠. 공동육아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아파트 단지마다 작은 도서관도 생겼고요. 마을에 생동감이 생기고, 사람들의 삶도 변화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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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서관 다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 운동을 하신다 들었습니다. 도서관 운동이란 무엇인지, 도서관 다운 도서관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도서관이 많아지도록 만드는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서비스 관점을 변화시키는 운동이기도 하고요.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현재 도서관 자료의 범위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이게 도서관의 자료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정보도 모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동네에 협동조합이나 동호회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활동을 조사해서 도서관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입니다. 도서관은 사람들의 삶을 찾는 정보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책에서는 물론, 방금 말씀드린 그런 자료에서도 삶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 사회가 도서관의 자료에 반영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와서 스스로 살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좀 더 나은 길을 모색하는 곳이 도서관 다운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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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책이 중요한 이유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읽는 사람이 아예 줄어드는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책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죠. 최근 근처 지하철역에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그곳에 가니 노인분들이 굉장히 많으시더라고요. 또 젊은 청년들도 많았고요. 도서관의 흔한 책 분류법이 아니라 삶과 연관되는 주제로 책을 나누어 꽂아 놓았더니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무인으로 운영되는 터라 주변에서 책이 금방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을 했는데, 막상 한 달 정도 운영해 본 결과 책은 거의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책 대여록에 기록이 없어도 며칠 뒤에 책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고요. 오히려 책을 본 뒤 제자리에 놓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굉장히 감동을 받았답니다.
우리 모두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책을 무조건 많이 읽는 것 보다 책과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관장님께 책과 도서관은 어떤 의미인가요?

다양한 세대, 다양한 계층이 조건이나 차별 없이 모여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다른 삶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이고 그 매개가 책인 것 같아요. 시민이 탄생하는 제3의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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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동네 작은 문고에서 시작한 느티나무도서관이 현재 이렇게 많은 발전을 이뤘는데요. 이 밖에도 관장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전히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바람 중 하나는 느티나무도서관이 10년, 20년 이상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 다운 도서관으로 남아 있고 싶어요. 그리고 도서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사서들을 위한 도서관 학교를 만들어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도서관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About 박영숙

박영숙 관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2000년 느티나무도서관, 2003년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설립하고 공공성 확장과 도서관 문화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민간 도서관 운영 15년의 경험으로 확인한 공공성과 지적 자유라는 도서관의 가치가 더 적극적으로 구현되도록 민관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 ≪꿈꿀 권리≫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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